*1회만에 예전 어투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 '~했다, ~것이다'라는 문어체가 맞지 않은 옷처럼 불편하고 독백하는 것 같아서요. 벗들과 대화하듯, 그리운 사람에게 편지를 쓰듯 편하게 글을 쓰겠습니다~
제가 10대, 20대에 즐겨 듣는 노래가 요즘 아이들에게는 신곡처럼 느껴지듯이, 10여 년 전에 쓰던 활동지가 올해 만나는 아이들에게 핫한 신상이 돼버렸네요. 바로 '3분 시험'을 고1 국어 첫 시간에 다짜고짜 보게 한 것이, 기대 이상의 대박을 터트린 것이죠. ㅎㅎ
이 글을 읽는 분들이 '3분 시험'을 잘 모르신다면, 우선 아래에 첨부한 파일을 다운받아 정확히 3분 안에 풀어보시면 좋겠습니다. 능력자분들은 1분 안으로도 풀 수 있어요. 준비됐으면 시~작!
어떠셨는지요? 3분 안에 풀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어제, 오늘 1학년 4개 반에서 풀어봤는데, 저의 설명대로 문제를 풀어서 1분 안에 끝낸 아이들은 2명밖에 안 됐어요. 정사각형을 그리고, 내 나이를 추정하기 위해 내 얼굴을 힐끗거리고, 까만 동그라미에 구멍을 뚫고, '나는 똑똑해'라고 외치고, 시험지를 구겨서 하늘에 던지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내내 웃음을 참느라 너무 힘들었지요. ㅋㅋ
3분 시험의 비밀은 1번 위에 적혀있는 '시험 지시문'과 '20번' 문제에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이렇게 말하면서 문제를 나눠주었습니다.
"선생님 소개는 차차 하기로 하고, 오늘 첫 수업은 3분 쪽지시험을 보고 시작하려고 합니다. 나도 여러분을 알아야 앞으로 어떻게 수업을 할지 계획을 세울 수 있고, 여러분도 이제 고등학생이 되었으니까 자신을 테스트해보세요. 시험지를 받으면, 잘 읽고 지시한 대로 풀면 3분 안에 다 풀 수 있어요."
'잘 읽고 지시한 대로' 풀라고 했지만, 아이들은 '쪽지시험' 그것도 '3분'이라는 말에 압박감을 느끼고 냅다 1번부터 읽고 답을 적고 2번, 3번, 4번 순으로 열심히 문제를 풀어나갔어요. '문제가 이상한데?'라는 생각이 스쳐가지만, 이미 멈출 수 없게 된 것이죠. 그러다가 20번까지 읽은 학생들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까지 귀엽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여기까지는 예전에 했던 수업과 거의 같아요. 올해 바꾼 것은, 3분 시험을 보게 한 의미를 내가 설명하지 않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한 것입니다. 멘티미터 QR 코드가 인쇄되어 있는 활동지를 나눠주고, 각자 휴대폰으로 아래의 질문에 답하게 했습니다.
'쌤 잘 생겼어요', '국어쌤 멋져요'라는 생뚱맞은 답변을 학급마다 한두 명씩 적어서 '이 놈의 인기는(?)' 했지만, 아이들은 대체로 '재미있고, 창의적이고, 생각을 하면서 참여하고 집중하는 수업을 하고 싶어 한다'라고 적어주었습니다. 사실 아이들마다 적은 단어들이 아이들에게는 진실이고 정답일 수 있습니다. 저도 아이들이 말해준 수업을 다 하고 싶으니까요.
다수의 의견인 '재미', '창의력' 등을 적은 아이들에게 보충 설명을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단어를 적었어도, 의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작은 차이를 표현하고 음미하면서 생기는 배움의 즐거움'을 첫 시간부터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여기까지 20분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그다음에는 전에 올렸던'너의 이름은?'을 주제로 한 수업의 첫 번째 활동인 타이포그래피로 자기소개를 시작했어요. 멘티미터 QR 코드 아래쪽에 학급별 패들렛 QR 코드도 넣어서, 사진을 찍어서 올리도록 했지요. (이 수업 이야기는 다음 글에 올릴 예정입니다.)
'너의 이름은?' 수업을 소개하는 PPT 맨 앞에, '3분 시험'을 국어 수업 첫 활동으로 선택했던 나의 의도를 적어놓고 보여주었습니다. 바로 '신뢰와 연대'였지요. 아이들이 멘티미터 워드 클라우드에 적어준 단어들도 제가 바라는 가치들이지만, 가장 원했던 것은 점수를 위한 경쟁에서 벗어나서, 서로 믿고 의지하며 좋은 수업을 위해 교사와 학생이 책임을 나눠갖고 협력하는 수업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무엇이든 빨리 하는 것, 다른 친구를 이기는 것보다 더 소중한 가치를 함께 나누면서, 아이들이 사이 좋게 배우며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습니다. 웃음을 꾹 참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