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전에는 책상을 붙여서 3~4명씩 모둠을 만든 후에, 흥미 있는 질문을 던지고 "모둠에서 이야기를 나눠보자"하고 아이들을 관찰하다가, 장난을 치거나 묵비권을 행사하는 모둠을 돌보면 됐었습니다. (아! 과거 완료형 문장 같아 슬프네요.ㅠ.ㅠ)
하지만 아이들의 배움은 한 시간 한 시간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제약을 넘어서기 위해 더욱 세심하게 모둠활동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1 국어 2번째 수업도 '같은 모둠이 된 친구를 환대하는 이름 2행시 짓기 활동'을 통해, 서로 앉아 있는 자리는 멀지만 마음의 벽을 트고 긴장감, 두려움 같은 얼음을 깨기 위해 봄바람을 불어넣고 싶었습니다.
이번 주는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주에 교실에서 같은 활동을 한 학급보다 더 소통이 잘 되고 발표도 원활하게 이루어졌어요. 아이들이 ZOOM의 화면 공유를 통해 다른 친구의 글을 더 자세히 볼 수 있고, 한 명씩 발표할 때도 더 잘 들렸으니까요.
글쓰기 방식을 조금 바꾼 것도 효과가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처럼 패들렛에 모둠별로 이름을 적어놓고, 자신을 제외한 다른 친구들의 이름 두 글자로 2행시를 댓글로 창작하게 하니까, 3행시보다 부담이 적어서 그런 지 10분 정도 시간을 주면 발표를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김씨 성을 가진 친구의 이름으로 3행시 짓기를 해야 하는 아이들이 좋아했지요.^^;
3행시에서 2행시로 욕심을 줄인 것처럼, 모든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처음에는 모둠활동의 울타리를 낮추고 '할 수 있다, 들어와라~'하고 계속 꼬실 생각입니다. 일단 들어오면 수준을 높여서 '좀 어렵지만 친구랑 협력하면 해결할 수 있다~'하고 다시 주문을 걸어야지요.
그리고 2차시부터는 모든 글쓰기가 '실명제'라고 말했습니다. 누가 어떤 글을 썼는지 알아야 제가 제대로 도와주고 참여도를 기록할 수 있다고 말했어요. 물론 소수지만 아이들의 장난을 치고 싶은 욕망을 눌러주는 장점도 있습니다.
ZOOM에서 2행시 발표는 1모둠부터 한 명씩 음소거를 해제하고, 친구들의 선물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읽어주는 방식을 했습니다. 선물은 준 사람이 보는 앞에서 풀어보는 것이 예의인 것처럼, 운은 제가 띄워 주고 아이들이 자신의 이름으로 지은 2행시를 직접 낭송했지요. 가끔 친구의 2행시의 표현처럼, '진짜 그런 성격인지?, 호날두를 좋아하는지'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질문 형식으로 2행시를 마무리한 작품도 있었거든요.
빈 교실에 혼자 앉아 외로웠는데, 2행시 발표를 하니까 아이들의 목소리를 모두 들어봐서 좋았고, 힐링도 되면서 행복해졌습니다. 그리고 코끝이 찡해지면서 눈물이 핑 도는 순간도 있었어요.
특수 학급의 한 학생은 다른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며 수업에 참여했는데, 친구들에게 2행시 선물을 하지 못했지만 발표를 멋지게 했거든요. 제가 ZOOM 화면에 잡힌 그 아이를 보고, "내가 대신 2행시를 읽어줄까요?" 했더니, "아니요. 제가 발표할 수 있어요"라고 또박또박 말하더군요. 그래서 그 아이의 이름을 한 글자씩 불러줬는데... 주책맞게도 목이 메였습니다. 그 아이에게도 감동적인 순간이었는지, 꼭 물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