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우리 대화할 수 있을까?

- ZOOM으로 만나 모둠별 단톡방에서 토의하기

by 글쓰는 민수샘

노래 제목도 있듯이 우리 아이들에겐 대화가 필요합니다. 새 학년, 그것도 어른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인생을 결정한다'라고 겁을 주는 고등학교 3년을 막 시작한 열일곱 살 아이들에겐, 무엇보다 대화가 필요합니다. 무슨 특별한 목적, 방법, 시간과 장소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본능적으로 한 존재가 다른 존재에게 말을 거는 대화면 충분합니다.

배움도 대화로부터 시작됩니다. 3월 초에 무엇보다 먼저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의 즐거움을 아이들이 느낀다면, 공부를 위한 토의나 토론, 묻고 답하는 협력적 활동도 자연스럽게 잘 될 같아요.


3월 첫 주에 패들렛을 통해 자기소개와 같은 모둠 친구 이름으로 2행시 짓기를 하며 통성명(?)은 했다고 치고, 이제는 '네 생각은 어떠니?'와 '음, 내 생각엔 말이야'를 주고받는 장면을 보고 싶었어요.

개학하고 두 번째 주에 하게 된 ZOOM 수업 첫 시간부터 서로 화면으로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 소회의실 토의를 바로 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서 모둠 단톡방을 만들어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학급마다 ZOOM 화면 공유에 모둠편성표를 띄워놓고, 모둠 오픈채팅방을 만들어줄 사람을 한 명씩 자원을 받았습니다. '1반 국어B 1모둠'식으로 이름을 통일해서 만들고, 링크를 채팅창과 학급 단톡방에 올리라고 했지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저에게는 56개의 모둠 단톡방이 생겼습니다! ㅠ.ㅠ (기쁨의 눈물입니당...)

1주일에 2시간씩 8개 반을 들어가고, 한 반에 7개 모둠이 생겼으니까 간단한 산수지만 계산을 해야 되네요. 거기에 제가 따로 만든 학급별 단톡방도 있으니까 합하면 64개네요. 그래도 아이들도 더 자주, 더 깊이 소통할 수 있는 다리가 놓여서 든든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모둠단톡방을 만들어준 학생에게 임시 모둠장 역할도 하고, 진행자가 되어 대화를 시작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첫 미션은 '이모티콘으로 인사하기'입니다. 같은 공간에 들어와있는 다른 존재를 발견했으니, 대화의 시작은 당연히 인사입니다. 아이들에게 "모둠 단톡방에 들어오면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귀여운, 가장 아끼는 내돈내산 이모티콘을 날리며 인사해 주세요"라고 했더니 0.4~5초 만에 모든 단톡방에 대화 숫자가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ㅋㅋ


그리고 첫 대화 주제로 저에 관한 '진실 혹은 거짓' 퀴즈를 보여주고 난 후, 단 한 개의 거짓이 무엇인지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것으로 부담 없이 토의를 하도록 했습니다. 저도 7개 모둠에 다 들어가서 대화 내용을 구경하고, 다른 모둠에 소개해 주고, 모둠별로 인상적인 내용은 전체 공유 때 발표도 시키다 보니 제가 가장 정신이 없었네요. ^^;



교사 소개를 겸한 퀴즈 풀기로 손가락(?)을 풀고 난 후에는, 본격적으로 현대시 활동지로 수업을 시작했고, 시에 관한 질문으로 모둠별로 토의를 해봤는데 기대 이상으로 너무 재미있었고 수준도 높았습니다. (요거는 다음에 정리해서 올릴게요~)


 ZOOM 수업을 마치고, 나가기 전에 모둠 단톡방에서 토의를 해본 소감을 남겨달라고 했지요.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으니까 기분이 좋아져서 저도 소감을 남겼습니다. 3월 초라 교무실 책상에 앉으면 폭풍처럼 업무가 밀려오지만, 교실에 혼자 앉아 아이들을 만나는 수업 시간에는 남태평양의 평화로운 해변에서 함께 노닥거리는 기분이 들었어요. 역시 사람의 행복은 다른 사람과 마음을 나누는 대화에서 오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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