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첫 수업, '나를 맞혀봐' 퀴즈 대잔치 후기
"안녕하세요. 민수샘입니다.^^ 오늘 국어 첫 시간에는 먼저 8-9월 모둠을 새로 편성해요. 기존 모둠 단톡방에서 나가지 말고, 수업시간에 샘의 설명을 듣고 이동하세요."
미리 이런 메시지를 국어 학급 단톡방에 올리고, 아이들이 zoom에 다 들어오면 새로 편성한 모둠표를 올리면서 오늘의 활동인 '2학기 개학 기념 퀴즈대잔치, 나를 맞혀봐'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퀴즈 출제영역이 5개였는데, 역시 저의 욕심이 과했던 걸 인정하고 <여름방학 영역>, <비밀 영역> 두 개로 줄여서 제시했어요.
새로운 모둠친구들과 이모티콘으로 인사하고, 바로 모둠 오픈채팅방의 방장인 모둠장의 사회로 서로 돌아가며 수다를 떨면서 퀴즈를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의 대화를 쭉 보니까, 짠~한 마음이 들었어요. '코시국'이라 외출이나 여행을 잘 못한 것도 있지만, 평일은 물론이고 주말까지 학원에 간 아이들이 꽤 됐어요. 그래서 "방학때 집 앞에 산책을 간 적이 있어"를 근황 토크로 내놓은 아이도 있었지요. ㅠ.ㅠ
학원을 가지 않더라도 이번 여름방학은 모든 아이들에게 답답하고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비록 온라인 개학이지만, 친구들과 만나서 "나는 집에서 14시간을 잔 적이 있어", "다이어트에 실패해서 4kg이 쪘어", "길을 걷다가 커다란 매미가 팔에 붙어서 매미 공포증이 생겼어"와 같은 비밀(?), TMI를 나누는 모습이 즐거워 보였어요.
이런 내용 중에서 2명의 이야기를 선택해서 모둠별로 15분 정도 2문제씩 퀴즈를 내고, 다시 10분 정도 다른 모둠의 문제를 풀어서 정리한 후 올리게 했습니다. 모든 모둠이 추리한 답을 올리면, 제가 1모둠부터 방장에게 마이크를 켜고 정답 발표를 부탁했어요. '이 친구는' 대신에 친구의 이름을 넣어서 '김OO은 방학때 책을 사놓고 한 번도 읽지 않았다'라는 식으로 말해주는 것이지요.
저는 아이들이 올린 모둠별 퀴즈를 복사해서 한 곳에 모으고, 이름만 고쳐서 정답을 정리했습니다. 모둠 내에서도 서로 이름을 불러주며 근황을 나눴고, 전체 단톡방에서도 정답을 발표하는 순간마다 다른 친구들의 관심을 받는 주인공이 탄생하니까 아이들이 한 시간 수업 내내 집중하며 잘 참여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학교는 공부하고,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교육기관의 역할 외에 '삶의 소소한 재미와 의미를 나누면서 공동체의 필요성'을 체험하는 역할도 큰 것 같습니다.
아래는 2학기 첫 수업의 장면들을 시간의 흐름으로 캡처한 것입니다. 꼭 학교가 아니고 직접 만나서 수다를 떨지 못하더라도, 직장에서 모임에서 <나를 맞혀봐> 퀴즈대잔치를 하며 이름을 불러주고 서로에게 관심을 갖게 만들면서 '우리가 서로의 삶을 나누는 따뜻한 공동체'임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