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목요일,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방송되는 '슬요일'입니다. 시즌2도 거의 끝나가는데, 그동안 '슬의생'을 보며 배운 행복을 위한 '슬직생'의 비법을 정리해봤습니다. 저에게는 '슬교생'이 되겠네요.
1. 희로애락을 나눌 진정한 동료(친구)가 있다.
친했던 대학 동기 5명이 직장 생활까지 함께 하는 행운은 복권 당첨처럼 어렵긴 하겠지만, 어떤 직장에서든 최소한 2~3명의 친구 같은 동료를 만들 수 있겠지요. 특별한 비결은 필요 없습니다. 힘든 순간 곁에 있어 주고, 고민을 잘 들어주고, 김밥 한 줄이라도 챙겨주는 마음 씀씀이만 있으면 됩니다.
2. 협력하고 의지하면서 서로를 전문가로 만들어준다.
진정한 전문가는 모르는 것은 '잘 모릅니다'라고 말하고, 누구에게든 '잘 배웠습니다'라고 말할 줄 아는 겸손함을 가진다고 합니다. 슬의생의 다섯 친구들은 자기 분야에서는 모두 이름난 전문의이지만, 서로의 전문성을 존중하면서도 배울 점은 귀신같이 찾아냅니다.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의지하면서 함께 성장합니다.
이들은 까마득한 후배인 인턴에게 가벼운 퀴즈를 내면서, 못 맞혀도 화내지 않는 의대 교수님입니다. 후배에게 애정을 가지고 성장을 지원하면서 모두가 훌륭하게 되는 것은 나의 성공을 위해서도 이로운 일입니다. 이런 교수님들의 모습을 보고, 후배 의사들과 간호사 역시 배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몰입합니다.항상 편안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겁나게 진지한 분위기가 되는 이런 조직은 잘 굴러갈 수밖에 없습니다.
3. 업무 외에 즐거움을 나누는 동아리가 있다.
직장 내에서 동료들과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나누면서도, 일과 후에 의기투합해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는 동아리 친구들이 있다면 직장 생활이 더욱 행복해질 것입니다. 슬의생의 5명의 친구들은 성격이 많이 다르고 식성이나 취미도 차이가 납니다. 그렇게 각자의 스타일을 추구하고 서로 크게 간섭하지 않지만, '공룡능선'이라는 밴드 활동에는 열정이 지나쳐서 다투기도 하지요.
새로운 노래와 연주를 배우면서 서로 티격태격하는 그 과정 자체가 이들에겐 행복입니다. 병원을 벗어나서 하고 싶은 것을 하니, 뭔들 재미없을 수는 없겠지요. 앞에 관객도 없고, 그러니 좀 실수를 해도 괜찮습니다. 때론 절대음치인 송화가 리드 보컬을 해도 추억이 됩니다. 용기를 내서 이런 동아리를 한 번 만들어보자고 제안하면 어떨까요? 직장에서 물적 지원까지 받으면 금상첨화고요.
4. 다른 곳이 아니라, 직장 안에서 행복을 추구한다.
익준은 이혼을 당한 후 아들과 단 둘이 사는 돌싱남이고, 석형은 재산은 많지만 아버지가 바람을 피우다 돌아가신 후 홀어머니 곁을 지키고 사는 역시 돌싱남입니다. 정원 역시 천사병이라는 지병에다 가족사의 아픔과 연애의 어려움이 있고, 천재형 신경외과 의사인 송화도 어머니의 치매 증상을 알아채지 못할 만큼 허술한 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공통점은 '매일 만나는 모든 환자를 다르게 보고 똑같이 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설령 환자를 살리지 못하더라도 스스로 납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의사의 본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말을 환자의 가족 앞에서 진심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은 다른 곳이 아니라, 직장에서 행복할 수 있습니다. 골프, 명품 의류, 외제차, 고급 주택이 줄 수 없는 행복입니다.
흉부외과 준완은 까칠하고 매정해 보이는 의사이지만, 환자의 죽음 앞에서 가슴으로 울면서 어린 후배의 눈물까지 어루만질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의사뿐만 아니라, 모든 직장인들이 자신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인간의 품의를 지키면서 최선을 다하는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5. 직장의 보스가 행복합니다.
5번은 일종의 보너스 비법인데요. ㅋㅋ 슬의생이 다른 의학 드라마와 다른 점 중에 하나가, 병원장과 이사장이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의사와 간호사, 환자들까지 행복해집니다. 눈에 보이는 단기간의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아랫사람을 돈을 벌어다 주는 기계로 생각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드라마라서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볼 수 있겠지만, 직장 보스는 때로는 직장 밖에서 취미 생활을 즐기고 친구들과 놀면서 행복을 찾고 직장일은 부하 직원의 전문성을 믿고 맡기는 것도 모두가 행복한 비결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슬의생의 병원장과 이사장은 자주 웃고 즐기면서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고, 의사들의 고민을 상담해 줍니다. 그러니 모두가 더 많이 웃을 수 있겠지요.
생각나는 대로 적다 보니, 슬의생의 다섯 친구가 행복한 이유는 제가 경험한 '혁신학교 교사들이 행복한 이유'와도 통하네요. 일상의 수업을 공개하고, 함께 수업을 참관하며 배운 점을 나누고, 교직원 마니또나 상장 만들어서 선물하기 등 일상의 즐거움을 함께 하는 학교가 많습니다. 교사들의 취미 동아리 활동도 활발하고, 교장 선생님도 후배 교사들과 소탈하게 어울리면서 함께 웃고 울면서 든든한 선배님처럼 고민을 해결해 줍니다.
교실에서, 교무실에서 아이들,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바로 이곳에서 행복해지기 위해서 최선을 다합니다. 상대에게 부족한 점과 서운한 점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너그러워지고,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이것이 슬의생에서 배운 저의 슬교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