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청년의 연애와 결혼을 지원하는 정책'을 누가 만들면 가장 잘 만들까요? 저는 곧 20대가 될 고등학생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학 4학년도 마음 편하게 연애하면 안 되나? 20대 가난한 연인도 원한다면 결혼을 할 수 있게 도와주면 안 되나?' 이런 생각을 갖게 하고 싶었습니다.
이 주제로 예전에 수업한 적이 있는데요. (2017년 수업 자료와 후기는 맨 아래에 링크를 참고하세요.) 올해도 <춘향전> 수업과 연결 지어서, 한 편의 주장하는 글쓰기 수행평가로 고1 국어시간에 하고 있어요. 아이들에게 수업의 의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춘향전>을 읽고 토론하는 수업에 이어서 이 작품이 당시 독자에게 던진 질문을, 우리 시대에 맞게 다시 던져보려고 합니다. 소설은 우리에게 '인간이 인간에게 이러면 안 된다', '인간에게 진정한 필요한 것은 이것이다'라는 문제의식을 갖게 합니다. 우리 시대 청년들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로 불린지 오래이고, 현재는 코로나19 때문에 더욱 힘든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상에 상상에 상상을 더 해서, 어머 깜짝이야 할 수 있는 정책을 같이 만들어 봐요. (웃음 코드입니당^^) 여러분이 대통령이라면 청년들의 연애와 사랑을 위해 어떤 지원을 해 줄지 자유롭게 떠올리면 됩니다."
첫 시간에는 2017년에 활용했던 다큐멘터리 영상을 다시 보여주었습니다. 최근 다큐도 찾아봤지만 주제와 딱 맞지 않고 재미도 없어서 재활용했지요. 대학생 사례는 2014년에 방영한 EBS <우리는 왜 대학에 가는가> 1부에서 가지고 왔고, 직장인과 신혼부부는 2017년 시사 프로그램에서 편집한 것입니다. 아이들은 다큐의 인물들이 연애나 결혼을 하기 힘든 이유를 정리하고, 이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자유롭게 적어보고 모둠단톡방 토의로 아이디어를 공유했습니다.
2차시 수업을 준비하다가 갑자기 '다큐에 등장한 청년들이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꿈을 이루고 결혼은 했을까?', 이게 궁금해졌어요. 떨리는(?) 마음으로 검색했더니, 4명중에 3명이나 자신의 꿈을 이루고 포털 사이트의 인물정보에도 등재가 되어있더군요. 제가 가르친 제자가 아니지만, 워낙 영상을 많이 봐서 그런지 정말 기특하고 기뻤습니다. ^^
한예종 4학년 여학생은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었고, 외대 4학년 남학생은 뉴스 앵커가 되었습니다.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축구 전문기자가 되고 싶어서 축구장으로 향하던 청년은 축구 관련 책도 내고 전문가가 되어 활동을 하고 있었어요.
2차시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아이들에게 "지난 시간에 봤던 다큐의 대학생과 잡지사 기자가 꿈을 이루었어!"하면서 인터넷에 나온 현재의 모습을 짜잔~ 하고 보여주었지요. 다큐에서 힘들게 공부하고 알바하면서 연애와 결혼은 사치라고 말하던 청년들이 멋지게 성장한 모습을 보며 아이들도 자기 일처럼 좋아하고 신기해하더군요.
저는 함께 좋아만 할 수는 없어서 이런 말도 했답니다. "이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외로움을 참으면서 다행히 자신이 원하는 길에 들어섰지만, 연애나 결혼을 포기해도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한 청년들이 더 많겠지요. 개인의 불행은 개인의 책임도 있겠지만,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만 물으면 그게 정글과 무슨 차이가 있겠어요. 그래서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현재의 소박한 행복을 포기하지 않도록 국가에서 도와주면 좋겠어요. 쌤이 고등학생일 때는 상상도 못 하던 복지정책이 지금 실행되고 있듯이, 연애나 결혼을 지원하는 정책도 가까운 미래에 진짜 생길 수도 있다고 믿어요. 그게 문학이 우리에게 주는 상상의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