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지필고사가 끝난 이번 주부터 '위드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의미로, 모둠활동을 조심스럽게 시작했습니다. 4~5명으로 새로 편성한 자리표를 학급 단톡방에 올리면서 "이제는 모두가 모둠장이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참여해 보자"라고 말했습니다. 온라인 수업은 쉽게 숨어서 잠수를 탈 수 있지만, 교실 속 모둠활동은 옆에 친구가 바로 보이고 선생님도 '지켜보고 있다'라는 분위기라서 숨을 곳이 없지요. '훗, 편한 시절은 다 갔군. 이제 수업에 참여해 볼까나'하고 생각을 고쳐먹는 아이가 나오기를 기대했습니다.
수업 전에 새로운 모둠세우기 활동을 검색했는데 마땅한 것이 없어서, 구관이 명관이라고 혁신학교 워크숍에서 자주 했던 '주사위 게임'을 조금 변형해서 하기로 했어요. (아래에 파일도 공유해요.) PPT로 '모둠활동으로 행복한 수업 만들기'에 관해 정신 교육을 잠깐하고, 바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편의상 모둠 1번 친구가 휴대폰에 주사위를 설치하게 했고, 교사가 만든 질문 외에 추가 질문을 각자 생각해서 한 칸씩 적도록 하면서 참여를 유도했습니다. 그리고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것처럼 썰렁한 멘트도 했지요. "자, 이제 주사위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게임에 탈락자는 없습니다."
아이들이 추가로 만든 질문은 'MBTI는?', '장래희망은?'처럼 평이한 것이 많았지만, '키와 몸무게는?'처럼 대담한 것과 '가장 잘 본 시험점수는?'처럼 애잔한 것도 있었어요. 어떤 모둠은 '하고 싶은 일 월200 vs 하기 싫은 일 월2000', '흙수저 vs 만수르의 애완견'과 같이 저도 자리에 앉아 답변하고 싶은 현실적인 질문이어서 재미있었습니다.
1인당 4번씩 주사위를 던져 답변을 다 하면, 뒷장의 소감문을 작성하고 모둠 친구들에게 돌아가며 읽어주도록 했습니다. '나에게 공부란?'이란 질문이 나와서 순간이지만 생각을 많이 했다는 아이, 친구가 나와 같은 MBTI여서 놀란 아이, 친구의 소확행을 듣고 공감을 많이 했다는 아이, 이렇게 아이들 모두가 소중한 수업의 주인공입니다.
수업에서 모두의 배움을 위해 공헌하면서 행복을 느끼고 자존감을 기른다면, 아이들도 자신의 미래를 더 희망을 가지고 바라보지 않을까요? 시험 성적은 거들 뿐, 대화와 협력 속에 아이들의 꿈이 제대로 자라날 수 있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