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배우는 교사만이 교직의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사토 마나부 교수님께서 지난주 토요일인 10월 16일에 있었던 제12회 배움의공동체 전국 세미나에 강조하신 말씀입니다. 아이들이 신형 코로나 밑에서 최대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면서, 원격으로 진행된 기조 강연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교사의 도전이 필요함을 역설했습니다. 부유층과 빈곤층, 국가·자본 중심과 생명·인권 중심으로 세계 각국이 분단되어 양분되어 가고 있는 지금, 모든 아이들이 더 나은 세계의 질서를 만드는데 참여하도록 돕는 것이 교사의 사명이라는 말씀은 울림이 컸습니다.
교사가 가장 정성을 들여 배워야 할 것은 바로 '아이들이 어떻게 배우는가?'하는 수업임상연구입니다. 다른 교사의 수업을 참관하며 배울 것들이 많지만, 사실 모든 교사는 자신의 수업을 스스로 임상할 수 있습니다. 잘 되든, 안 되는 일단 모둠을 만들고 탐구할 주제를 던지면 '아이들이 배우는 모습, 혹은 배움에서 멀어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교실 속 모둠활동을 다시 시작하면서, 잘 되는 때보다 잘 안되는 때가 훨씬 많아서 의기소침해져 있었는데 구원의 밧줄 하나를 잡고 점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수업에서 다른 것은 좀 부족하더라도, 아이들이 '탐색적 회화'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다짐을 하게 된 것이지요. 정답을 아는 학생만 이야기하고, 정답을 찾기 위해서만 대화를 나누는 '발표적 회화'를 교실에서 줄여야겠다는 목표도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성적에 상관없이 탐구하고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멋진 수업 디자인과 점프 과제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당장 어렵고 힘들어서 교과서를 그대로 활용한 모둠활동을 하더라도, '진정한 배움을 위해 교실 속에서 필요한 말'을 아이들과 함께 소리 내어 말해보는 것은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글거림을 참고, 자꾸 사용해 봐야 자연스럽게 입에서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번 주에 수업을 시작할 때 제가 먼저 외화의 더빙 성우처럼 오버해서 읽고 아이들이 따라서 말하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가끔씩 아이들이 장난인 듯 장난 아닌 진심처럼 스스로 말하기도 하더군요.
특히 친구가 자신의 생각을 말하면 그대로 자신의 활동지에 적지 말고, 잘 이해가 되지 않으면 "잘 모르겠어. 넌 어디에서 그렇게 생각했어?"를 물어보라고 강조한 것이 효과가 있었습니다. 다시 활동지의 텍스트나 문제로 돌아가서 "여기 이 문장을 보니까, 이 시의 화자가 원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어."라는 대화로 발전하기를 계속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표정과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빛나는 원석처럼 느껴집니다. ^^
이런 대화를 통해 만들어지는 이해와 신뢰의 관계가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의 분열을 막고 통합할 수 있는 힘을 기를 것이라는 희망도 가져 봅니다. 부유한 환경에서 공부를 잘 하게 된 아이가 못 하는 아이를 자신의 밑으로 보지 않는 교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존감을 잃지 않고 모르는 것을 당당하게 말하면서 협력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모둠활동 속에 새로운 희망이 자랍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은 '배움의공동체 수업에서 필요한 말'을 파일로 첨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