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문학으로 만나는 한국 현대사'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1차시 50년대는 김수영의 '눈', 2차시 60년대는 신동엽의 '껍데기는 가라', 이런 식으로 대표작 한 편을 함께 읽고 모둠 토의를 하고 있지요. 수업 목표는 문학 작품이 어떻게 현대사를 반영했고, 거꾸로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현대사에 영향을 미쳤는가를 탐구하는 것입니다.
3차시에는 '우리들의 이야기로 모방시 쓰기' 활동을 했습니다. 시 읽기가 배움이라면, 시 쓰기는 배운 것을 익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모두가 열심히 참여해서 '이 맛에 모둠활동을 하지!'하며 속으로 신이 났어요. 아이들의 공동창작 과정과 완성 작품으로 보며 감동하는 순간이 많았어요.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지요. 처음에는 항상 의욕이 넘쳐서 문제입니다. 첫 번째로 수업을 했던 학급에서는 모방시 쓰기 활동지를 따로 만들어 나눠주면서 '눈'이나 '껍데기는 가라' 중에 한 편을 선택해서 쓰라고 했지요. 그랬더니 모방시 활동지에 각자 구상한 내용을 적느라고 시간을 보내고, 둘 중에 어떤 작품을 모방할 것인지 논의하느라 아까운 시간을 허비했어요.
그래서 다음 학급부터는 그냥 '껍데기는 가라' 하나만 쓰게 했습니다. 시 쓰는 과정도 처음에는 각자 '껍데기' 대신에 들어갈 소재를 최대한 많이 적어보게 한 후, 모둠 친구들과 공유하면서 공감이 많이 가는 하나를 택해 제목을 정하게 했어요. 그다음에는 원시를 보면서 시어를 함께 바꾸며 완성하는 것이지요.
<생각 넓히기> 현재 상황에서 우리 주위에 ‘껍데기’나 ‘쇠붙이’ 같은 것이 있는지 찾아보고, 모둠별로 주제를 협의해서 결정하고 공동 창작으로 모방시를 써보자.
아이들이 정한 제목은 생각보다 다양했습니다. '코로나는 가라', '시험은 가라'와 같은 것은 예상했지만, '고정관념은 가라', '전쟁은 가라'와 같이 어른스러운 제목을 정하는 모둠도 많아서 놀랐고 '꼰대는 가라'를 읽고는 뜨끔했어요. 아이들이 싫어하는 음식으로 쓴 작품도재미있었습니다. '민초는 가라'로 정한 모둠을 보고는, '아이들이 왜 민초, 민중을 가라는 거지?'하면서 당황했는데 알고 보니 민트 초코의 그 민초였지요. ㅋㅋ
모둠별 작품은 모두 교실 뒤에 게시해서 함께 감상하도록 했습니다. 중간에 어떤 학급에서 다시 의욕병이 도져서 모둠별로 발표를 하도록 했는데, 역시 발표자 정하느라 시간을 흘려보내고 발표를 마치고 서로 잘 했네, 못 했네 하면서 분위기가 소란해져서 다음 학급에 들어가서는 다시 눈으로만 감상하도록 했지요.
아이들의 작품을 몇 개 올립니다. 모방시 쓰기를 통해, 아이들 모두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될 때까지 '껍데기는 가라'와 함께 신동엽 시인의 저항 정신을 기억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더 좋은 세상, 더 멋진 자기 자신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보내고, 무엇을 남길지를 생각하고 능동적으로 실천하는 태도를 갖게 될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이 주제의 올해 활동지는 완성하면 수업 후기와 함께 다시 올리겠습니다. 2019년 수업 활동지는 밑에 링크에 있으니 참고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