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다른 지역 혁신부장님들과의 만남에서 나온 질문입니다.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초대해 주셔서 이야기를 나누고 왔는데, '동료 교사와 진솔하게 고민을 나누는 활동'을 소개하면서 '나는 왜 ~하는가?'로 시작하는 자신과의 대화를 부탁드렸거든요. 수업이 무너지고, 아이들과 깊이 있게 만나지 못해서 혁신부장을 내년에는 그만두고 싶다는 분의 고백은 저도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와이 카드(why card)'로 불리는 이 활동은, 처음 질문에 대한 답을 다시 다음 질문으로 돌리면서 계속 '나는 왜 ~하는가?'를 스스로에게 묻게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본질적인 고민이나 소망과 직면하게 하는 효과가 있지요.
그런데 이 '와이 카드' 활동은 혼자 하는 것보다, 같은 공동체의 사람들과 함께 하고 소감을 나눌 때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사실 혁신부장님들이 힘들어하는 이유도, 학교에서 '외로워서' 그런 경우가 많더군요.
교무, 연구, 학생부처럼 꼭 해야 하는 부서의 업무는 선생님들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불만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혁신부에서 하는 수업공개와 연구회, 교직원 워크숍과 연수, 학교 평가와 토론회 등은 '굳이 하지 않아도, 혹은 열심히 하지 않아도' 학교는 돌아가기 때문에 업무를 하면서 혁신부장님의 고뇌가 깊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같은 혁신부장들과 고민을 나누면서 격려하고 위로하는 시간을 갖게 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각자 학교로 돌아가서 다른 선생님들과 이런 소통의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아래는 연수 전에 받아본 선생님들의 고민입니다. 대부분 제가 답할 수 없고, 저도 고민 중인 어려운 문제이지요.
이런 고민을 혁신부장님 혼자 붙들고 있지 말고, '와이 카드'와 같은 시간을 동료 교사와 가지면서 진정한 '동료 교사'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먼저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다음 시간에는 학교의 고민을 같이 토의한다면 더욱 편안하면서도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하겠지요.
다른 선생님들에게 혁신부장이 외로운 섬처럼 보이는 것보다, '행복한 갈매기'가 되어 여기저기 움직이면서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로 '위드 코로나 시대, 혁신부장의 역할'에 대해 말씀드리면서 연수를 마무리했습니다. 저부터도 반짝이는 선생님들의 눈빛을 보며 솔직한 대화를 나누다 보니, 퇴근 후에 두 시간 운전을 해서 갔던 피로가 사라졌습니다. 내년에는 조건 없는 공헌감을 많이 느끼면서, 더 행복한 혁신부장이 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