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수샘의 장이불재 Nov 10. 2021

아이들의 언어로 소통하는 즐거움

- 소설 <붉은 방>을 읽고 모둠 단톡방에서 토의하기

  '문학으로 만나는 한국 현대사' 수업의 마지막 작품으로 1980년대 소설인 임철우의 '붉은 방' 읽기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시간에 영화 <1987> 중에서 박종철 열사 고문 장면을 아이들과 함께 봤는데, 어떤 학생이 이런 질문을 하더군요. "선생님, 박종철 열사를 고문한 경찰들은 어떻게 되었나요?"


  모두 징역형의 처벌을 받았다고 말해주었지만, 그 학생의 표정은 '대한민국 경찰이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고문을 해서 사람을 죽였다니'라는 놀라움과 분노가 섞여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시간에 고문 경찰이 등장하는 소설을 읽고, 아무런 죄책감 없이 고문한 이유를 생각해 보자고 말해주었습니다.


  수능을 앞두고 일주일간 온라인 수업을 하기 때문에 사이버 모둠활동을 다시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시간에는 소설 내용과 서술 방법 파악 문제를 모둠 단톡방에서 만나 함께 해결하게 했습니다. 모둠별로 책상을 붙이고 앉지 않았지만, 각자 소설을 읽고 문제를 풀면서 모르는 것을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친구들에게 편안하게 질문하고 차분하게 답하는 수업은 나름대로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소설 내용은 심각하고 잔인했지만, 아이들이 단톡방에서 토의하는 모습은 상큼하고 발랄했습니다. 내용이 우울하다고 수업을 울면서 할 수 없으니까, 저도 아이들의 대화를 지켜보다가 "새로 산 이모티콘 자랑 그만하고, 서로 의견이 다른 문제를 중심으로 토의하세요~"라고 말하면서, 조용한 모둠에 들어가 도움말을 해주고 추가 질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모르는 단어를 검색해서 올리기도 하고 OX퀴즈를 풀면서 정답의 근거가 되는 소설의 구절을 사진 찍어 올려주는 친절한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교실에서 모둠활동을 하다가, 단톡방에서 만나니까 신이 났는지 문제풀이는 후딱 해치우고, 이모티콘에 집착하면서 계속 잡담을 하는 모둠도 있었어요. 그래서 '선생님이 지켜보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서, 아이들에게 아재 개그로 공격(?)을 했습니다. 비속어인 '디짐'과 '어쩔티비(어쩌라고)'가 눈에 띄어서, 이걸 활용했지요. ㅋㅋ






  토의에 집중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고, 농담을 던졌더니 눈치를 챘는지 잡담을 멈추더군요. 아이들은 역시 순수하고 귀엽습니다. ^^ 이렇게 10분 개별 활동, 10분 모둠토의를 마치고 남은 20분은 온라인 퀴즈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모둠 대항전으로 활동지 문제의 답을 맞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요것도 매우 재미있었는데요, 다음에 다시 올리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왜 혁신부장을 그만하고 싶은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