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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Dec 01. 2021

민주주의자로서 나는 약한 자아인가 강한 자아인가?

- 영혼이 있는 비문학 독해 수업

  고1 국어의 마지막 주제로 <슬기로운 비문학 독해 생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문학으로 만나는 한국 현대사' 수업에서 정치적· 제도적 민주주의를 생각해 보았다면, 이어지는 수업에서는 일상적·문화적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아이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김누리 교수님의 책에서 한 구절을 인용해서 1차시 활동지를 만들었습니다.



  아무리 민주주의가 중요해도 수능을 외면하는 수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화제와 핵심어를 찾아 표시하며 능동적으로 읽는 비문학 제시문의 분석법을 학생들에게 설명했어요. 그리고 자신이 파악한 중심내용으로 요약하기를 하도록 했지요.

  여기에서 바로 다른 제시문으로 넘어간다면, 정말 '영혼이 없는' 비문학 독해 수업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문제풀이를 넘어서는 <생각 넓히기> 활동을 통해 '영혼을 가지고' 제시문의 내용을 자신의 문제로 적용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 태도를 가져야 지치지 않고 재미있게 비문학 공부를 할 수 있고, 깊이 있는 독해력이 생겨서 수능에서도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제시문에서는 "민주주의자는 어디서나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타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불의한 권력에 저항할 수 있는 ‘강한 자아’를 가진 자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민주주의자로서 나는 약한 자아인가, 강한 자아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답하도록 했습니다.



  익명으로 적은 내용을 함께 보며 생각을 나누었는데,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적어주어서 모두 의미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응답한 내용을 보며, 시험 성적으로 아이들을 줄 세우는 입시 위주의 교육이 민주주의의 최대의 적임을 확인했습니다. 열등생에게는 모멸감을, 우등생에게는 오만함을 주는 한국 교육에서 진정한 민주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정말 기적에 가까운 일입니다. ㅠ.ㅠ

  그래도 아이들이 적어준 내용을 하나씩 모두 읽어 보면서 수업을 마쳤습니다. 자신이 민주주의자로서 얼마나 약한지, 혹은 강한 면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는 것에 의미를 찾고 싶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학급마다 한두 명씩 다가와서 "민수샘, 오늘 수업한 것도 지필고사에 나오나요?", "비문학 독해는 시험 공부를 어떻게 해요?"라고 물어보더군요.... 당황하지 않고 "오늘 내가 설명한 것을 참고해서 활동지 중심으로 공부하면 돼"라고 웃으며 말해주었습니다.

  그렇게 교실을 나서는데,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리면서 부끄러움이 확 밀려왔습니다.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저 역시 기득권을 가지고 편하게 살아가는 어른 중의 한 명일 뿐이라는 자괴감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는 당장 눈앞에 닥친 시험이 더 절박할 수 있습니다.

  사회 문제를 멋지게 비판하기에 앞서, 그 사회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심정과 어려움에 더 공감하고 다가가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자가 되는 길인 것을, 오늘도 아이들에게 배웠습니다. 수능과 학교 내신에서 1등급에서 9등급까지 줄을 세우는 실무자로서 살아가지만, 인간의 존엄성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는 새로운 세상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도록 돕는 선생님이 되려면 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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