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문학 독해> 수업 후기와 활동지 공유
"선생님은 언제 가장 수업하기 싫으세요?" 요즘 외부 강의를 나가서 선생님들을 만날 기회가 있으면 자주 하는 질문입니다. "업무 폭탄을 맞았을 때, 수업 준비가 부족할 때, 나와 잘 안 맞는 아이들이 많을 때"와 같은 답변을 들어보고, 저의 경험을 말씀드립니다. "지금 들어가는 학급의 수업이, 앞에 했던 다른 학급과 똑같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 때"라고요.
가끔 지필 평가를 앞두고 진도를 빨리 나가기 위해 강의 위주로 수업할 때 이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끊나가도, 의자에 앉아있는 몸은 천근만근 무겁습니다.
하지만 시나 소설을 창작하는 시간, 모둠 토의하고 발표하는 시간, 퀴즈로 복습하는 시간을 앞두고는 어떨 경우에는 수업 시작 전에 교실에 들어가 노트북을 연결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선생님, 오늘 수업 공개하세요?"라고 묻곤 하지요.
'오늘은 어떤 멋진 작품이 나올까?, 아이들이 어떤 근거를 대며 토론할까?, 어떤 기발한 오답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런 기대가 교실로 향하는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올해 고1 국어 수업을 마무리하는 <슬기로운 비문학 독해 생활> 수업에서도 '생각 넓히기'가 없었다면, 교실문을 여는 설렘이 없었을 것 같습니다. <문학으로 만나는 한국 현대사> 수업에서는 군부 독재에 맞서서 정치적·제도적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과정을 배웠다면, 바로 이어지는 비문학 독해 수업에서는 '일상적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글과 질문을 제시해서, 아이들 모두가 민주주의자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활동지를 만들었습니다. (아래에 파일을 첨부합니다.)
<생각 넓히기> 1, 2는 퀴즈앤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입력하게 했습니다. 제시문의 중심 내용 파악에 관한 퀴즈를 먼저 풀고, 마지막에 자신의 의견을 서술형으로 입력하게 했지요. <생각 넓히기> 3은 활동지에 있는 질문이 구체적이지 않았는지, 아이들이 제시문에 있는 구절을 거의 그대로 옮겨와서 응답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질문을 조금 바꿔 멘티미터 주소를 알려주고 입력하라고 했더니,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적어 주었습니다. 입력을 못한 아이들도 친구들의 멋진 생각과 만나면서 느낀 것들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마르틴 부버의 <나와 너>에 나와 있는 것처럼, 제가 아이들에게 비문학 독해법을 설명한 후 제시문 분석과 문제풀이만 하고 수업을 마쳤다면 저에게 아이들은 다른 대상으로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그것'이 되었을 것입니다. 대신에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민주주의자가 된다는 것'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익명으로 편하게 적도록 했더니 답변한 아이들 한 명 한 명은 모두 저에게 유일무이한 존재인 '너'가 되었습니다.
이런 질문을 던지는 저 역시 아이들에게 '그것'이 아니라, 주체와 주체로 만나는 대등한 존재인 '너'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만남을 통해 생활 속의 민주주의를 성찰하고 계속 실천할 수 있는 아이들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이것이 제가 점프 과제로 <생각 넓히기>를 계속 고민하는 까닭입니다.
<생각 넓히기 1> 민주주의자로서 나는 ‘약한 자아’인가, ‘강한 자아’인가? 그 이유는?
<생각 넓히기 2> ‘참여형 정치 문화를 만들어 가는 적극적인 참여자’가 되기 위해, 지금 당장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생각 넓히기 3> 일상적 민주주의 실현의 관점에서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 ‘나’와 ‘그것’의 관계가 ‘나’와 ‘너’의 관계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적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