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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Jan 29. 2022

교육과정 재구성은 '사랑'입니다.

- 2022년 2월 교사 워크숍 생각(1)

요즘 교사 단톡방에는 '2월 교사 워크숍'에 관한 질문이 많이 올라옵니다. 혁신부장, 연구부장을 처음 맡은 선생님들이 운영계획이나 실천 사례를 요청하는 글들이지요. (혹시 필요하시면, 제가 예전에 올린 글들이 있으니 '2월 워크숍'으로 검색해 보시면 됩니다.^^)


올해도 혁신부장으로 2월 워크숍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돌아보니 가장 중요한 '교과별 교육과정 재구성과 평가계획 세우기' 시간을 섬세하게 디자인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과부장(대표)에게 맡기고, 논의의 결과물을 취합해서 전달하는 수준이었지요. 전입교사 환영회, 학교 비전과 목표 공유, 업무분장 등도 중요하지만, 2월 워크숍의 핵심은 교과별 교육과정의 큰 틀을 세우는 시간입니다. 1년 농사를 위해 농부가 이른 봄에 어떤 밭에 어떤 씨앗을 뿌리는 것을 결정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보통 2월 워크숍 첫날에 교과별로 모여 기존 교사와 전입 교사가 처음 인사를 하자마자, 담당할 학년과 수업 시수를 결정하게 되는데 이때 많은 에너지가 소비됩니다. 누군가는 두 개 학년을 걸쳐 가르쳐야 하고, 일주일에 한두 시간 수업을 더하게 됩니다. 이런 서먹함과 긴장감을 풀기 위해, 교과별로도 선생님들이 서로 환대하고 수업관을 나누는 시간을 먼저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래 사진은 1월 중순에 제가 진행했던 국어교사 연수에서 처음에 했던 활동입니다. '교육과정 재구성'을 토의하기 전에, 같은 모둠 선생님을 환영하는 마음을 담아 이름으로 2행시를 지어 선물하고, 이어서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수업을 음식에 비유하면?'을 주제로 각자의 수업 고민과 목표를 편하게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월의 학교에서도 처음 만나는 선생님의 이름으로 따뜻한 2행시를 지어주고, 진정으로 하고 싶은 수업을 공유하면서 '교사 공동체'로서 멋진 출발을 하면 좋겠습니다. 똑같이 '피자'를 떠올렸지만 서로 다른 이유를 들으면서 '차이에서 오는 재미'를 느꼈다면, 개학 후 실제 수업에서도 아이들에게 그러한 재미를 전해주기 위해 함께 노력하게 되겠지요.


그리고 2월 워크숍은 교육과정 설계의 시작일 뿐이지, 완벽하게 한 학기 수업을 다 구상할 수 없습니다. 교육과정의 모든 성취기준과 교과서의 모든 단원을 펼쳐놓고 수업 계획을 세워 놓아도, 3월에 아이들을 만나면 '이건 어렵겠는데, 대신 이렇게 해볼까'하면서 많이 수정하게 됩니다.


대신에 학년별로 아이들과 처음 하게 될 수행평가의 평가 계획을 함께 만들면서 호흡을 맞춰가면 2월 워크숍을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른 평가와 진도 계획은 2월 말이나 3월 초에 계속 소통하면서 작성하면 되니까요.


아래는 위에서 언급한 교사 연수에서 모둠별로 시사논술 수행평가를 만들어보는 활동의 사진입니다. <춘향전>을 읽고 현재의 사회 문제와 연결 지어 한 편의 주장하는 글을 쓰는 교육과정 재구성을 실습해 보았지요. 아이들의 진정한 배움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선생님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이런 장면을 학교의 2월 교육과정 만들기 워크숍에서도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마지막 두 장의 사진처럼, 아이들과 함께 탐구하고 싶은 매력적인 수업 주제를 만들고 차시별 소주제를 구상하다 보면, 서로가 멋져 보이면서 저절로 '동료애의 싹'이 움틀 수 있습니다. 서로 차이를 존중하고 양보하면서 1차시 수업까지 세부적으로 디자인하면, '아, 같은 교과 선생님들과 이렇게 협력하면 올해는 많이 성장하겠구나!'하는 좋은 예감이 들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동료, 낯선 아이들과 시작하는 새 학년 수업이 주는 불안감이 서서히 기대감으로 바뀝니다.


교사들이 2월 방학 중에 학교에 나와 일주일 정도 워크숍을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혁신학교가 생기기 전에는 2월에 단 하루 학교에 나와서 무미건조하게 교과별로 학년과 시수를 나누고, 수행평가도 각자 하나씩 맡아서 알아서 하기로 바로 헤어졌지요.


지금 선생님들이 교과서에 나와 있는 대로만 진도를 나가지 않는 이유, 각자 예전에 했던 수업과 평가 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새로운 동료 교사와 다시 디자인을 해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교육과정 재구성은 아이들과 동료에 대한 사랑의 실천'이기 때문입니다.


저보다 경력과 나이가 적은 선생님이 위에 소개한 패들렛에 적어주신 글을 다시 읽어보며 감탄했습니다. 저 역시 올해 학교에서 '현미밥 같은 수업'을 하고 싶습니다. 올해도 2월 교사 워크숍이 기다려집니다. ^^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수업은 현미밥과 같은 수업입니다. 조금은 성가시지만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 기여할 수 있는 수업, 어떤 배움이든 잘 이루어내는 기본이 잘 되어 있는 수업, 강렬하고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첫 맛은 은은히 달고 곱씹다 보면 더 달아지는 수업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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