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의 침묵과 대화하기
이 세상에 이유 없는 침묵은 없을 것입니다.
문학 수업용 패들렛의 빈 공간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자신의 이름 밑에 배우고 느낀 것을 계속 기록하지 않는 '님들의 침묵'에 고민이 많아집니다. 자신과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은 시를 골라 편지와 함께 보내는 활동에서, 친구는 시집 <님의 침묵>을 올렸지만 그 옆의 아이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점점 길어지는 빈칸이, 부러져 날아가 버린 치아처럼 느껴져서 가슴속이 시립니다.
점수를 깎는다는 말이 안 통하니 강제로 시킬 수도 없습니다.
자기를 드러내기 싫어하는 성향일까, 못 하는 것보다 안 하는 것이 쿨하다고 생각해서일까, 아니면 다른 더 중요한 것을 하느라 여유가 없는 걸까...
이런 상념에 잠겨 있다 보니, 엄기호 선생님의 강의에서 들었던 한 문장이 떠오릅니다.
"존중의 핵심은 타자를 자유의지를 가진 주체적 존재로 대하는 것이다."
그래서 친절한 교사와 존중하는 교사의 차이를 다시 마음속에 새겨봅니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친절은 상황에 맞게 매뉴얼대로 행동하면 되지만, 존중은 개별적 존재를 어떤 범주에 넣고 똑같이 대하는 것을 모독이라고 여긴다고 합니다.
패들렛의 모든 빈칸을 똑같이 보고, 똑같은 방법으로 빈칸을 채우려고 시도한다면 그것이 '그 아이에 대한 모독'이라고 하는 것이지요.
존중은 타자를 개별적인 인격체로 보고 서로 다르게 대하는 것으로서, 타자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합니다. 교사라면 그 아이의 과거, 현재, 미래까지 보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다음주 시험을 앞두고, 교실에서 질문을 받고 자습하는 시간에 유독 '빠진 이' 같은 아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새 학년에 적응하느라 정신없던 3월과 진도 나가고 출제하느라 바빴던 4월도 끝나가는데, 심호흡을 하고 아이들에게 다가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침묵은 사실은 소리 없는 아우성입니다. 다 다른 아이들의 침묵과 대화하는 5월을 맞이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