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수샘의 장이불재 May 03. 2022

성적 확인만 하기 그래서... 토크가 하고 싶어서~

- 지필고사 후 수업설문지로 대화하기

  앞에 올린 '정답만 올리기가 좀 그래서'에 이어지는 2탄입니다. ^^

  지필고사를 마치고 교실에서 만나는 첫 시간에 성적 확인 후 서명 받기만 하는 게 좀 그래서, 아이들과 개별 상담을 했어요. 사실은 아이들과 '토크가 하고 싶어서' 그랬나 봅니다.

  TV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문학쌤은 대화가 하고 싶어서' 간단한 설문지인 꼬마출석부를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각자 적게 했어요. 다음 주에 읽을 소설 내용과 이어지는 다큐멘터리 영상을 40분씩 수업 2시간 분량으로 편집해서 틀어주고, 복도에 책상과 의자를 놓고 번호순으로 한 명씩 나오게 해서 2~3분 정도 성적 확인 겸  상담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상담 양식을 파일로 첨부해요)



  올해 문학은 1주일에 두 시간씩 연강 수업을 하고 있어요. 시험 끝난 첫 번째 연강에 한 학급 상담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50분 수업에 10명도 하기 힘들었습니다. 한 명당 3~4분, 길어지면 5분 이상 했던 것 같아요. ㅠ.ㅠ. 시험 끝나자마자, 두 시간 다큐를 보게 하는 것이 저의 욕심이었다는 성찰도 했고요. 그래서 다큐를 중간에 멈추고 여유 있게 보여주자고 생각을 고쳐먹고, 다음 날 세 번째 시간에 상담을 마쳤습니다.

  세 시간이 걸렸지만, 아래 사진처럼 한 명씩 꼬마 출석부에 적은 내용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것은 무척 재미있었어요. 2019년 이후로 처음이었는데, 아이들이 매우 솔직해서 놀랐고, 자신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어서 흐뭇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에게 궁금한 것이나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을 적게 했습니다. "5월 수업시간에도 지금처럼 해주세요"라는 기분 좋은 칭찬과 "노래 가사의 의미를 해석하는 활동을 하고 싶어요"라는 기특한 제안도 있었지요.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변에 아이들의 진지한 고민도 많이 담겨 있어서 조심스럽게 질문하며 대화를 나눴습니다.

  "선생님, 문학을 왜 이렇게 어렵게 내셨나요? ㅠ.ㅠ "라고 적은 아이와는 어떤 문제를 왜 틀렸는지, 국어 공부를 어떻게 했고 어떻게 하면 좋은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처음부터 문학이 좋으셨나요?"라고 물어본 아이도 있었는데, 진로진학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 질문의 의도를 들어보지 못해서, 다음 수업 때 잠깐 불러서 다시 물어보려고 합니다. 문학을 좋아하는 제가 잘 이해가 안 가는 걸까요? 이유가 궁금하네요.

  가장 인상적인 질문은 "세상만사 이런 말하면 어리다 생각하지만 삶이란 게 어려운 것 같습니다. 물론 없겠지만 쉽게 사는 법이 있을까요? 쌤 ㅋㅋ"이었습니다. 더 멋있게(?) 말하지 못한 후회가 드는 대화였는데, 그래도 "삶이 어렵다고 느낀 이유가 뭐야?"하고 다시 물어본 기억이 나네요. 아직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많이 남아있으니까, 우선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어른 친구' 혹은 '친구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지필고사 정답만 올리기가 좀 그래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