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수샘의 장이불재 May 14. 2022

두통의 원인을 찾아서

- 아이들을 위한 수업, 나를 위한 수업

교실에서 모둠활동을 새롭게 시작한 일주일

교실에서부터 두통이 시작되었다.

포스트잇을 나눠주고 영상을 보여주고

퀴즈를 풀고 발표하고 손뼉을 치게 했지만

수업을 하면 계속 머리가 아팠다.

무엇이 모자랐나, 방법을 바꿔볼까 고민하는데

욱신거리는 머리가 나에게 말해주었다.

'아이들을 위해서 모둠을 만들자'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나를 위한 모둠활동이었음을…


사실 나는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고 믿고 싶었나 보다.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고 내가 내 등을 떠밀었다 보다.

대학에 한 명이라도 더 보내려고

핏대를 세우고 강의만 하던 30대의 나도

'아이들을 위해서'라고 했지만 사실은 나를 위한 수업이었다.


집까지 따라온 통증과 함께 다시 생각해 본다.

'나를 위해서 모둠활동을 포기하지 말자'라고

경청과 협력, 존중과 배려, 미래역량…

이런 어려운 말로 아이들을 위한다고 하지 말자고.


좋은 질문, 배움의 어려움, 창의적인 발표 이런 것보다

아이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싶다.

오늘의 급식 메뉴, 새로 산 휴대폰, 활동지 귀퉁이에 그린 그림…

이런 것들로 키득대는 소리를 다가가서 듣고 싶다.

아이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을 가까이서 보고 싶다.

빗방울이 떨어져 작은 웅덩이가 여기저기 생기듯이

시간이 흘러 교과서도 같이 보고 볼펜도 빌려주면서

다른 친구의 어려움에 관심을 갖게 하고 싶다.


이런 모습을 행복하게 지켜보는 나를 상상하다 보니

어느새 두통이 사라졌고

'나를 위한 모둠활동'을 다시 시작하고 싶어졌다.

작가의 이전글 모둠활동은 바람처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