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예전에 보지 못한 <효리네 민박>을 주말에 쉬면서 보기 시작했는데, 효리-상순 부부의 오글거리는 말과 행동을 보는 잔잔한 재미도 있고, 제주도의 풍광이 주는 치유도 있어서 계속 봤습니다. 벌써 시끄러운 예능 프로그램은 옛날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자주 말씀하셨듯 '정신 사나워서' 잘 안 보게 되는 나이가 됐네요.
시즌1 6화를 보다가, 거기에서 이상순의 '반려책'을 만났습니다. 민박 손님들을 챙기고 늦게 자러 온 상순은 술김(?)에 "난 <코스모스> 한 구절을 읽고 자야겠다"라고 합니다. 아내 효리에게 한 쪽을 읽어줬는데, 둘 다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게 웃음 포인트였어요. ㅋㅋ
제가 아이들을 만나는 학교에는 주 1회 자유롭게 독서할 기회를 주는 '서재 수업'이 있습니다. 1, 2학년은 도서관에 내려가고, 3학년은 북 카트에서 책을 골라 읽고 있지요. 서재 공책도 만들어서 독서 기록을 하고 발표도 하고 있습니다. 어제부터 서재 시간에 저도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을 조금씩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책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했지요.
"선생님이 주말에 <효리네 민박>을 보다가 이상순이 반려책으로 두껍고 어려운 책을 조금씩 읽는 모습을 보고 반해서 따라 하기로 했어요. 반려견이 효리와 상순 부부에게 웃음과 위로를 주듯, 반려책이 곁에 있다면 삶이 더 빛나겠죠. 여러분도 한두 권씩 꾸준하게 조금씩 읽을 반려책이 있다면 학교생활이 덜 힘들 것 같아요. 두껍고 어려운 책도 도전해 보세요. 쌤은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지 않으니, 앞으로 <코스모스>를 반려책으로 키우기로 했어요."
고3 아이들이 책 읽는 모습을 배경으로 삼아, 저도 반려책과 산책하듯 몇 쪽을 읽었습니다. 조금만 걸었는데도 멋진 구절이 나오네요. 우주라는 바다에 이제 막 발가락을 적신 인류처럼, 독서라는 우주에 아이들이 저마다의 로켓을 쏘아 올릴 수 있도록 저부터 행복하게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줘야겠습니다.
코스모스를 거대한 바다라고 생각한다면 지구의 표면은 곧 바닷가에 해당한다. '우주라는 바다'에 대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거의 대부분 우리가 이 바닷가에 서서 스스로 보고 배워서 알아낸 것이다. 직접 바닷물 속으로 들어간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그것은 겨우 발가락을 적시는 수준이었다. 아니, 기껏해야 발목을 물에 적셨다고나 할까 (코스모스의 바닷가, 3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