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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Jun 26. 2022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의 '파이송'

- 그리고 고려가요로 랩하는 <국어교사가 이상한 나라>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나름 재미있게 봤습니다. 수포자였던 제가 수학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했으니, 수학 선생님에게는 선물 같은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원주율을 가지고 만든 '파이송'의 피아노 선율은 정말 예술이었어요.


'도=1, 레=2, 미=3' 이런 식으로 원주율을 악보로 삼아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이었는데, 반복과 변화가 교차하면서 변주되는 음악은 자연계의 무질서 속의 질서 수로 표현하는 수학 세계의 아름다움을 어렴풋하게나마 경험하게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보고 감동받은 수학 선생님이 "얘들아, 아름다운 수학의 세계를 만나게 해줄까?'하고 '파이송'을 고등학교 2학년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어떻게 될까요? 마치 제가 고려가요 '동동'을 배우는 첫 시간에 "얘들아, 고려시대 인기가요인 '동동'의 매력을 느끼기 위해 랩 비트에 맞춰 읽어볼까?"하고 말했던 순간처럼, 교실 속엔 에어컨 강풍을 능가하는 찬 바람이 몰아칠 수 있습니다.^^;


여러 과목의 다양한 수행평가가 주는 부담, 1~9까지 줄 세우는 지필평가의 압박 속에서 수학 진도와 상관없는 '파이송'이나 점수에 들어가지 않는 문학 감상 활동을 하자는 선생님을 보며 아이들은 한숨을 쉴 수 있습니다. 그래도 영화에서 최민식이 연기한 북한 출신 수학자의 자존심처럼, 국어교사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표현이 아름답고 후렴구가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동동'을 저 혼자 읽고 밑줄 치면서 설명만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작은 목소리로 혹은 립싱크로 '아으 동동다리'를 따라 하면서, 예전에 '나도 고등래퍼, 랩 가사 쓰기' 수업을 할 때 활용한 랩 비트에 맞춰 어설프게 랩퍼를 흉내내는 저에게 박수도 쳐주었습니다. 뒷부분은 랩을 좋아할 만한 아이에게 낭송을 부탁하기도 했지요.


수학 시간에 들은 피아노 '파이송'의 선율, 문학 시간에 들은 고려가요의 '랩송'이 '오~ 아름다워, 와~ 신기해'라고 느끼는 아이들 한 두 명만 있다면 '이상한 수학 선생님과 국어 선생님'은 다시 출현할 것이고 언젠가는 고등학교에서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선생님이 될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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