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이 인간에게 자식을 준 이유는?
드라마 <Sky 캐슬>은 재미와 의미를 둘 다 잡은 듯하지만, 띄엄띄엄 봐서 그런지 가슴에 확 꽂히는 명대사는 없었는데 하나를 건졌네요.
방학이라 중학생 아들 수한이를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학원으로 내모는 진진희. 자신의 라이벌 엄마의 딸보다 수학 학원 레벨이 낮아서 더욱 닦달합니다. 결국 학원에 안 가겠다는 아들과 실랑이를 하다가, 아끼는 그릇들이 깨지게 되고, "오, 마이 베이비들! 이게 얼마짜리인데"하고 절규합니다. 제가 수한이라도 당장 짐을 싸고 싶어질 것 같더라고요.
'제가 팔푼이라서 정말 죄송합니다. 엄마 아빠 마음이 편해질 수 있다면 저는 죽어도 좋아요.' 수한이는 이렇게 편지를 남기고 집을 나가고, 진진희는 우연히 마주친 옆 집 황교수와 함께 아들을 찾아나섭니다. 차 안에서 황교수가 이런 말을 합니다.
황교수 : 신이 인간에게 자식을 준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진진희 (수한 모) : .....
황교수 : 니 마음대로 안 되는게 있다는 걸 느껴봐라!
진진희 : ㅠ.ㅠ .....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던 수한이를 발견하고 황교수의 도움으로 집으로 데려오지요. 그날 밤 진진희는 '못나게 태어나서 미안하다'는 아들을 꼭 껴안고 이렇게 말합니다.
"아니야. 우리 아들이 얼마나 소중한데. 엄마는 너 없으면 죽어. 알지? 일루와 우리 아들, 아구 내 새끼..."
수한이 엄마는 아들을 학원을 억지로 보내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자식의 목숨보다 부모에게 소중한 것은 당연히 없으니까요. 하지만 정말 착한 우리나라의 아이들은 사랑하는 엄마, 아빠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절벽으로 내몰다가 영혼부터 서서히 죽어갑니다. 결국 문제는 자식이 부모 마음대로 안 된다는 것을 너무 늦게 발견하기 때문에, 비극이 일어나는 것이겠지요.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나는 도로의 싱크홀처럼요.
청소년 자살를에 관한 뉴스를 검색해봤습니다.
"청소년 10만명당 자살률 추이를 보면 2011년 9.4명에서 2015년 7.6명으로 감소했으나 이듬해 7.8명으로 다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2017년에만 자살한 청소년은 114명이다.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학생은 451명에 이르며, 자해 행위를 시도한 학생은 매년 2200명 수준이다. 자살 위기에 놓여있거나 자살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 자살 위험군 청소년이 1만6900명 수준이다."
"청소년들이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는 과도한 경쟁 속 성적 부진, 입시 고민 등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크다는 분석이다. 가족 간 갈등, 선후배·친구 등 또래 집단 사이 갈등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얼마전 서울 강남에서 혁신학교 지정을 반대하던 학부모들의 시위가 생각났습니다. 사흘에 한 명씩 아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 하루에 6명 이상이 자해를 하며 최소 46명 이상이 자살을 생각하는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행복한 오늘'보다 '학력저하의 불안'으로 집단행동을 하는 나라가 우리나라입니다. 아이들 못지 않게 학부모 역시 이런 기형적인 사회구조와 문화의 희생자들입니다. 아이에게 투자를 많이 할수록 SKY를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사막의 모래지옥 속에 부모 역시 빨려들어가고 있습니다.
드라마 <Sky 캐슬>의 학부모는 자신의 학벌과 직업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어떤 면에서는 순진한(?) 의사와 변호사 부모들이 주인공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높은 Sky'에서 이런 죽음의 레이스를 만들고 유지시키고 있는 더 무서운 어른들이 살고 있는 '진짜 캐슬'을 들여다봐야 할 것 같습니다. 드라마를 끝까지 보고, 다시 생각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