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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힘든 학교생활을 버틸 수 있게 하는 것은?

- 교사의 3월 이야기(4), < 나도 고등래퍼> 수업

by 글쓰는 민수샘

학년 초에 '나도 고등래퍼'를 주제로 랩가사 쓰기 수업을 하다보니 아이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3차시 수업에서는 www.menti.com을 활용해서 1,2차시 때 쓴 랩가사의 일부분을 서로 공유하는 활동도 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등으로 자기소개하기, 나의 약점과 불만을 표현하기에서 가장 마음에는 가사를 스마트폰을 활용해서 발표하는 것이지요.

원래 의도는 압운이나 비유, 상징 등이 잘 표현된 가사를 찾아서 서로 배울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는데, 막상 아이들이 쓴 가사가 하나씩 화면에 떠오르자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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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밝은 척하지만 '나의 꿈이 무너질까봐 두려워. 남들보다 뒤쳐질까봐 무서워'하는 아이에게 교사는 어떤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까요? 겉으로는 센 척하지만 '내 점수는 내 성취를 이겨낼 수가 없고 내리는 비처럼 미끄러져 가는 내가 너무 비참해'라고 가라앉는 아이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할까요?


담임을 할 때나,수업 시간에 아이들의 불안과 압박감과 두려움을 너무 쉽게 이해하는 척, 정답과 해결책이 있는 것처럼 떠들어대지는 않았나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선생님도 너희와 같은 시절이 있었고 더 힘들었지만 열심히 노력했단다'라고 말하기엔 우리나라 청년들의 삶이 너무나 팍팍합니다.


그래도 저와 아이들에게 '빛'을 보여준 것은 <고등래퍼2>의 '바코드'였습니다. 문학 교과서에 실려도 될 만큼 문학적인 가사인데요, 바코드의 하얀 선처럼 밝고 낙관적인 하온이와 바코드의 까만 선처럼 한없이 어둡고 비관적인 병재가 만나서 대화를 나누며 써내려간 가사가 큰 위안이 되었답니다. 서로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이해하고 서로 받아들이는 하온이와 병재처럼, 힘든 학교생활이지만 '우리의 추억을 위해' 일상이라는 '영수증'을 소중하게 챙겨주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아이들에게 말해주었습니다. 누구에게는 버리고 싶은 악몽이고, 또 누구에게는 챙기고 싶은 기억이겠지만, 인생이란 원래 바코드처럼 빛과 어둠이 반복되는 시간의 흐름 그 자체니까요.


계속 자기의 할 말만 하던 하온이와 병재가, 노래 마지막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우리의 추억을 위해'라고 목소리를 모을 때... 정말 뭉클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서로의 진심을 들으려 노력하고 때로는 멋진 화음을 내며 같은 노래를 부르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병재) 삑 그리고 다음 삑 그리고 다음 / 영수증은 버려줘 마지막 존심을 위해
(하온) 삑 그리고 다음 삑 그리고 다음 / 영수증은 챙겨둬 우리 추억을 위해

(하온) 삑 그리고 다음 삑 그리고 다음 / 영수증은 챙겨주길

(하온&병재) 우리의 추억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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