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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Nov 10. 2022

'지금, 여기'도 힘든데 글로벌 리더를 육성하라 굽쇼?

반성문을 영어로 하면?

...

'글로벌'이다.

요즘 세상 이야기를 글로 쓰다 보면 벌을 받는 것처럼 힘들다.

교육 뉴스를 봐도 그런 기분이 드는데,

'글로컬 융합 인재 육성을 위한 IB 프로그램' 협약, 포럼, 연수 등을

여기저기서 많이들 하나 보다.


'IB'란 일단 신인 아이돌은 아니겠고...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International Baccalaureate'이다. 일단 스펠링부터... 윽, 포기하고 싶다. ㅠ.ㅠ

AI 튜터, 에듀 테크에 이어

'이제 IB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라고 높은 곳에서 소리치고 있는데,

정작 나는 이런 구호를 개그콘서트의 박성호 버전으로 외치고 싶다.



"코로나 이후 교실 속에서 차분하게 모둠활동을 다시 하는 것도 힘든데

뭔 말인지도 모를 글로컬 융합 인재, 인터나쇼날 빠칼로 뭐시기 프로그램을 하라 굽쇼!"


'글로벌 리더 육성'이란 표어가 전국의 학교 여기저기에 붙어있던 시절이 있었다.

심지어는 아래 사진처럼 초등학교에서도 독서 토론, 진로 직업 체험, 영어 퀴즈 앞에도 '글로벌 리더'가 붙었다.



이 중에는 다문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있어서 아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행사를 준비한 선생님의 마음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린 학생들에게 '글로벌 리더'가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고민이 필요하다.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지역과 나라에 대해 잘 알고 애정을 가지는 것이 먼저인 10대에게 굳이 "너는 우리나라를 떠나서 세계 무대로 나가야 해"라고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중학교, 고등학교에서도 '글로벌 리더 육성 프로그램'이 유행이었지만, 정작 요즘 대부분의 아이들의 꿈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평범하게 사는 것'이다.

UN 같은 국제기구나 Google이나 Tesla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고 싶은 꿈이 확고한 아이라면, 학교와 지역에서 그 아이에게 필요한 지원을 맞춤형으로 해주면 될 것이다. 


요즘은 '글로벌'이 아니라 '글로벌+로컬=글로컬 인재'가 유행이다. 세계 무대를 누비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도 공헌할 수 있는 인재를 기른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아이가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고, 갈 필요도 없는 '세계 속으로'라는 구호가 주었던 공허함을 인식한 결과인 것 같아 다행이지만, '글로컬'에다가 여러 학문에 통달한 '융합 인재'까지 길러낸다고 하니 더욱 '미션 임파서블'로 달려가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

학교나 교육청이 '글로컬 융합 인재'를 전면에 내세우면, 소박하게 행복하게 사는 것이 꿈인 대다수 아이들은 괜한 열등감을 가질 수 있다.

게다가 학교 외부의 돈이 많이 드는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하려고 하니까 문제다.

일단 외부 강사를 초빙하고 정보 기기를 사야만 교육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교육을 위해 돈이 있는지, 돈을 위해 교육이 있는지' 난 정말 모르겄다....


교사들은 '지금, 여기의 수업 고민'만으로도 벅차다. 그리고 이 고민은 돈과 외부 프로그램이 아니라 '대화, 공감, 소통으로 이어지는 진솔한 만남' 속에서 풀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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