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수샘의 장이불재 Mar 06. 2023

드라마 <일타 스캔들>의 슬픈 결말

- "조금만 밀어주면 의대도 너끈히 들어갈 아이를..." 이라니

   드라마 <일타 스캔들>의 마지막 회에서 작가는 작정이라도 한 듯 고집스럽게 모든 인물들에게 해피 엔딩을 선물합니다. 할 말이 너무 많지만, 초중반까지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참기로 하고, 일단 한 장면만 언급하려고 해요.

  가장 황당했던 것은 수아 엄마의 이상한 자아실현(?)이었어요. 딸을 '한국대(이후 서울대) 의대'에 입학시킨 것을 커리어 삼아서 학원 상담실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유, 엄마! 너무하셨다. 조금만 밀어주면 의대도 너끈히 들어갈 아이를..."


  수아 엄마는 상담하러 온 다른 엄마를 이렇게 다그치지만, 대한민국에서 많은 아이들의 불행은 이 말에서 시작됩니다. 의대를 보내기 위해 정신 질환이 생길 정도로 수아를 몰아붙였고, 자기 자식만을 위해 다른 아이들을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시청자들은 다 봤잖아요? 그런데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수아는 공부도 잘하는데 착한 아이로 돌변했고 엄마도 그런 딸을 자랑하며 약(?)을 팝니다. ㅠ.ㅠ


  어쨌든 수아와 해이는 서울대 의대 동기가 되었습니다. 왜 의대에 가고 싶은지,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지 고민하는 장면은 드라마에 없었기 때문에, 과정보다 결과만 중요한 결말인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이들 세 명의 공통점은 또 있습니다. 수능 100% 정시로 서울대에 합격했다는 것이지요. 해이는 국어 한 과목을 백지로 제출했고, 수아 역시 마음의 병이 있었을 때 내신을 망쳤기 때문에 수시로 의대 입학은 불가능했겠죠. 시험 부정행위 이후에 자퇴한 선재도 마찬가지고요. 수능 100%의 신화가 재탄생하는 장면이라 역시 씁쓸했습니다. 학생 개인의 노력이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가족의 재력과 희생이 없다면 전설이 될 수 없는, 말 그대로 '신들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아이들은 같은 학교에 입학한 선재와 캠퍼스에서 활짝 웃었지만, 저는 함께 웃을 수 없었어요. 한 명이라도, 스스로 선택한 길을 갔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다큐가 아닌 드라마니까 그 정도의 판타지는 가능하지 않을까요? 해이가 진짜 엄마를 따라 일본에 가서 새로운 도전을 하거나, 수아나 선재가 자신과 세상을 알아가기 위해 이것저것 해보는 '아름다운 방황'을 보여주었어도 괜찮았을 것 같고요.



  이들 세 명의 입시 결과를 통해 작가가 전하려고 했던 메시지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저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부모를 잘 만나 강남에서 학원을 꾸준하게 다니면서 케어를 받고, 일타 강사에게 소수 정예로 배우는 '올케어반' 같은 것을 하면 서울대에 간다. 아이들은 좀 많이 힘들겠지만, 이게 현실이다! 설마 이건 아니겠지요...

  혹시 저처럼 '이건 아닌데'라는 문제의식을 갖게 만들기 위한 작가의 반어적 메시지가 담겨있다면, 이건 인정입니다. 학교 시험지를 빼돌려 아들에게 주었던 선재 엄마가 벌금 1000만 원만 내고 버젓이 변호사를 계속하고 있는 결말도, 우리나라 법 체계의 문제점을 돌려까기 위한 장치라면 더욱 인정이고요.


 이렇게 상상을 해보지만 그게 아닐 것 같아서, 슬프디 슬픈 결말입니다.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 자식을 위해 애쓰는 부모를 보며, 자기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엄마, 아빠가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우리 아이들도 해이, 선재, 수아를 보며 자괴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가정에서 학교에서, 이런 결말을 소재로 아이들과 토론을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 이것 역시 작가의 의도일까요?






작가의 이전글 3월 2일, 학교에 출근하지 않은 까닭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