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 스캔들>은 마지막 회에 안타까운 장면이 참 많아서 <결말 스캔들>로 끝난 느낌입니다. 그중에서 일타 강사 최치열이 현직 수학 교사에게 수업에 대해 충고하는 장면도 어이없었어요. 대학 동기의 진솔한 대화 장면은 보기 좋았지만, 내용이 문제였습니다. 작가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지만, 민감한 내용을 다루는 데 준비 부족이 느껴졌어요.
수학 교사 : 입시 시스템까지는 모르겠고, 당장 내 고민은 수업 레벨을 어디에 맞춰야 되나, 이런 거야. 애들 편차가 워낙 심하니까. 최상위권만 끌고 가기도 그렇고, 평균에 맞추자니, 중딩 때 마스터했네 이미 풀어봤네, 이딴 소리나 하고.
일타 강사 : 분반을 해봐. 상중하로. 우열반 어쩌고 부작용이 있게지만, 수업 레벨 조정하는 데는 그게 제일 나아.
학원 강사도 교사에게 이런 충고를 할 수 있겠죠. 학부모님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고요. 하지만 학교는 학원과 다르게 '수업 레벨의 차이'를 그런 식으로 간단하게 처리할 수 없는 곳입니다. 공교육과 사교육의 목표가 다르니까요. 이것을 잘 알고 있는 수학 선생님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수학 교사 : 한 번 얘기 나온 적은 있는데. 애들 성적으로 나누는 것 같아서 나는 별로더라고.
일타 강사 : 야! 그렇게 생각할 것도 아니야. 뒤늦게 공부하겠다고 마음먹은 얘들도 있잖아. 걔들은 기초부터 다져야 하는데, 걔들까지 멱살 잡고 가야 될 것 아니야.
이들의 토론은 이렇게, 최치열의 승리(?) 끝난 것처럼 보입니다. 승자의 여유로 "아유, 좋은 선생님이시네. 고민도 다 하고"라고 마지막 결정타도 날리지요. '교사들은 한가하게 애들 성적으로 나누는 것만 걱정하고 있네'라고 생각하는 시청자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최치열의 이 말에는 수업을 바라보는 학원 강사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자리에 있는 교사였다면 이렇게 대꾸했을 것 같아요.
"야, 최치열! 요즘 어떤 교사가 아이들 멱살을 잡고 억지로 끌고 가냐? 그게 학교와 학원의 차이야. 교사 혼자 강의만 한다면 수준 차이를 극복할 수 없겠지. 하지만 교실에서 아이들이 서로 묻고 답하면서 협력하는 관계를 만든다면 수준 차이가 오히려 배움의 가능성이 될 수 었다고 생각해."
이렇게 '수준 차이가 열어주는 배움의 가능성'에 관해 알려주고, "아유, 좋은 일타 강사네. 학교 선생님의 고민도 들어주고"라며 어깨를 툭툭 쳐주면 어떨까요?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 가장 보기 좋았던 장면도 전교 1등 해이가 전교 거의 꼴등 건후에게 수학을 가르쳐 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수학 용어 '파이'를 'wifi'로 아는 건후에게 파이를 설명하며, 해이도 공부하는 즐거움과 학교생활의 보람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전교 1등 하는 아이도 로봇이 아니기 때문에 깨어 있는 모든 시간에 공부를 할 수는 없습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공부도 가르쳐 준다면 오히려 마음과 몸이 더욱 건강해질 것 같아요.
<일타 스캔들>은 허무하게 끝났지만, 2023년 3월에도 아이들의 상호 신뢰와 협력 관계를 창조하려고 애쓰시 는 선생님들을 응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