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개 국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학교 폭력에 미진한 사법 처벌, 대리 해소로 마침내 세계 1위'라는 뉴스 제목을 보고 있자니, 처량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차올랐다.
축하는 고생한 연기자들과 제작진에게 보내고 싶긴 하지만, 우리나라 시청자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다.
이쯤 되니 다른 나라에서 'South Korea'의 이미지가 어떨지, 안 봐도 비디오가 아닐까? <오징어 게임>에서는 패자 부활전 없는 정글 자본주의, <지옥>에서는 종교적 광기, <D.P.>에서는 군대 폭력이 극에 달한 한국이라는 인식을 주었다면, <더 글로리>에서는 인간이라면 분노를 참을 수 없는 잔혹한 학교 폭력으로 세계 1위를 한 것이다. (아, <수리남>은 마약 코리아, <카지노>는 도박 코리아의 이름을 알렸다. ㅠ.ㅠ )
대부분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한국의 어두운 이미지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기생충>까지는 괜찮았다. 이 영화가 다룬 빈부격차 문제는 21세기의 전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에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었지만, 여러 세계 1위 드라마를 거치면서 점점 위험해지더니, 특히 <더 글로리>의 '고데기 폭력'은 좀비보다 무서운 트라우마를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켰다.
여행 가서 만난 외국인들이 "<더 글로리>를 봤다, 진짜 그런 일이 생기냐?" 하고 물어보면, 영어 못 하는 척(?)을 해야 하나, 걱정이 된다. <더 글로리>로 한국에 글로리, 영광은 없다. 그래서 영혼 없는 기자들처럼 기뻐할 수 없다.
학교폭력 종합 대책이 곧 나올 것 같은데, 사실 보지 않아도 드라마 같을 것이다. 처벌을 강하게 하는 것, 법의 허점을 악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심일 것이다. 사실, 법을 만들고 통과시키고 집행하고 처벌하는 지도층은 그런 법에는 관심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자녀가 학교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그들만의 학교'로 보내면 되는 것이다. 거칠고, 위험한 아이들을 아예 만날 일이 없는 그들만의 학교 말이다. 그런데, 실사판 <더 글로리>의 배경이 된 민사고의 경우는 강원도를 출신 학생이 단 3%라고 한다. 사회통합 전형도 운영하지 않는, 귀족학교가 된 것이다.
학교 폭력은 아래가 아니라 위에서 내려온다는 것을 돈과 권력을 가진 부모들은 알고 있을까? 아니, 교실이든 사회든 위아래가 없는 평등이 평화를 만들고, 평화가 다시 평등을 요구하고 지킨다는 것을 알면서도, 위에서 내려오기 싫은 것이다.
그렇게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비웃고 조롱하는 어른들을 보며 자라난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 <더 글로리>의 박연진, 전재준을 보며, 무서움과 두려움을 느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