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민수샘의 장이불재
Mar 20. 2023
지구의 시간 - 2023년 3월, 어느 봄날에
시간이 가는 걸 어떻게 아나.
어제는 없던 매화가 하얗게 피어나 있는 걸 보면 알까?
아파트 단지 건너 아이들 먹일 따뜻한 음식을 가지러 가며 내게 물었다.
시간이 간다는 걸 어떻게 아나.
어제는 품에 안겨 자던 아이가 잔해에 깔려 얼음처럼 녹아내리는 걸 보면 알까?
국물에서 고기를 건져 먹는 아이들 옆에 앉아 뉴스를 보며 내게 물었다.
시간이 가고 있다는 걸 어떻게 모르나.
어제는 보이지 않던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의 하늘을 찢으며 날아오는 걸 들으면 알게될까?
일요일 밤 책가방을 챙기며 투덜대는 아이와 함께 평온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보며 갑자기 무서워졌다.
쉽게 전쟁을 입에 담는 누구누구의 시간도 비명으로 멈쳐질 수 있을까?
모두에게 평등한 지구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