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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 하나만 없으면!

- 교사의 4월 이야기 (2)

by 글쓰는 민수샘

"쟤 하나만 없으면 수업이 잘 될텐데"

"쟤 하나만 없으면 학급 분위기가 참 좋아질텐데"


혁신학교 근무 전에는 이런 대화를 교무실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교사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교사를 말단 행정요원으로 취급하는 관료제 조직 속에서, 수업을 방해하고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저 아이'는 교사 혼자 감당하기 힘든 존재가 맞습니다.

하지만 어떤 아이에게 교사가 가장 필요한지를 조금만 생각해보면 '쟤 하나가 있어서' 교사로서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닐지요. '쟤 하나만 없으면'이 아니라 '쟤 하나가 때문에' 교사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대학원에서 엄기호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있는데, 말썽을 피우는 아이들, 특히 남자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존재론적 안정감'이라고 합니다. 학교에서 교사가 잘못을 저지른 아이에게 규범만 강조하고 질책하는 집에 있는 아버지보다 더한 아버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너의 잘못에서도 불구하고, 너의 존재 자체는 존중하고 자존심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론적 안정감'인 것이지요. 어쩌면 '저 아이'에게 그런 신뢰를 주며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줄 수 있는 사람이 학교에서 만나는 교사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교실에서 교사를 힘들게 하는 그 한 명 때문에 그 교실에 교사가 필요한 것입니다. 교사의 의도대로 그 아이가 움직이지 않을 때, 친구들과 협력하지 않을 때, 깨워도 일어나지 않을 때 교사의 성찰이 시작되고 새로운 도전 앞에 서게 됩니다. 29명이 고개를 들고 웃고 있는데 1명이 고개를 숙이고 힘들어 할때 교사의 마음 속에 짜증과 불안이 아니라, 걱정과 연민이 출렁이면 좋겠습니다. 교사가 기술자가 아니라 전문가로 탄생하는 순간은 그런 출렁임과 함께 시작됩니다.

그 한 명은 구체적인 이유는 다르지만 대부분 우울한 아이입니다. 또 교사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아이가 대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들이 협력해야 하며, 어떻게 지원해주고 어디까지 경계를 세워야 할지 토의해야 합니다. 그 아이의 사정을 먼저 듣지 않고 학생생활규정, 수업 규칙을 먼저 논의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4월도 중반이 넘어가고 이제 곧 1차 지필고사가 다가오네요. 새 학년의 첫 시험을 맞이하는 아이들은 이유야 다 다르지만 살짝 예민해져 있습니다. 교실에서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아이에게 잃어버린 활동지도 챙겨주고, 옆의 친구에게 필기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대신 부탁하면 어떨까요? 아이가 아이의 언어로 상처주고 거친 행동으로 대들어도, 교사는 교육자는 어른의 언어로 물어보고 어른의 행동으로 보살펴 주는 것이 오히려 교사를 행복하게 만드는 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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