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사의 4월 이야기 (1)
지난 3월 마지막 주는 학년수업공개주간이었습니다. 학년별로 공강 시간에 최대 3시간 수업을 참관하고, 금요일 오후에 모여 배운 점을 서로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 역시 월화수는 시간을 못 내다가, 목요일 1교시에 체육관에서 가서 운이 좋게 2학년 두 학급의 체육수업을 참관했습니다. 그리고 2교시에는, 제가 문학 수업을 시작할 때 가장 잠을 많이 깨우는 학급의 과학 수업을 참관했지요. 허리와 다리는 좀 아팠지만, 역시나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모습을 여유있게 관찰하고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혁신학교라도 고등학교에서는 자율적인 수업공개와 연구회가 힘들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학교 선생님들의 수업고민은 깊이가 있고, 서로 경청하고 격려하는 자세는 배울 점이 많습니다. 수업공개는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고민이 깊어지는 과정입니다. 교사는 매일 다른 상황 속에서 매일 다른 아이들과 만나서 배움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훈련이 아니라 교육을 하는 수업에서는 고민하는 교사가 좋은 교사입니다. (아래에 고2 학년수업연구회의 간단한 기록을 공유합니다.)
A교사 : 2학년 모든 반 수업에 들어간다. 작년 1학년 때와 다른 긍정적 변화를 발견해서 감동적이다. 3월이 끝나가는데 처음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학년말까지 이 모습을 끌고 갈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
B교사 : 이번 주에 수업참관을 하면서 느낀 점이 많다. 내 수업에서 아무 것도 안 하면서 힘들게 하는 학생이 다른 수업시간에 발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내 수업시간에도 “한 번 해볼래?” 하고 자연스럽게 참여를 유도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참여하고 싶어도 기초 지식이 너무 없어서 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닌가 싶었다.
C교사 : 롤러코스터 타듯 학급 분위기가 변할 때가 있어서 힘든 점이 있다. 자는 아이들이 많은 반에서도 수업 마지막에 “오늘 배운 것 한 가지만 말해볼래?”하고 물으면 한 마디는 말한다. 이렇게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D교사 : 2학년 아이들이 작년보다 좋아진 이유는 학교를 다니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 하나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공부에 흥미가 없는 여자 아이들이 많이 모인 학급이 있는데, 오히려 친한 친구들이 많으니까 안정감이 생겨서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수업에 참여시키기 위해 가끔은 모둠활동을 하다가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고, 포기하지 않도록 할 수 있을 만큼 과제를 부여하기도 한다.
E교사 : 처음에는 활동을 열심히 안 하다가 이름을 불러주면 관심을 갖고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있다. 쉬운 것이라도 해결하면 칭찬을 해주려고 노력 중이다. 그리고 하고 싶어도 기본적인 어휘력, 독해력 등이 부족해서 몰라서 못 하는 아이도 있어서 고민 중이다.
F교사 : 처음 만나는 아이들인데 교사가 이끌어가는 대로 따라오려고 하지만 교과 특성상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많다. 초과근무도 많이 하면서 어떻게 가르칠까 생각하다가 처음의 수업계획을 바꿔서 수준을 낮추었지만 여전히 어려워해서 따라오는 아이들만 데리고 가야하나 갈등이 된다.
G교사 : 이전 학교에서 교사가 노력하면 아이들이 변할 수 있음을 느꼈다. 문제를 해결하며 작은 성취감을 느끼는 학생들을 발견했고 어려운 교과인데 순수하게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어서 감동했다. 문과와 이과 수업을 같이 하면서 서로 다른 수준을 맞추는 것은 어렵다. 수업초대의 글을 보내고 싶었지만 잘 하는 학급의 수업을 공개하기 싫어서 고민하다가 보내지 못했다.
H교사 : 모둠활동이 잘 되려면 자리배치가 중요한 것 같다. 기본 학습 능력이 부족한 학생을 교사 혼자서 다 돌볼 수 없기 때문에, 모둠의 친구에게 편하게 모르는 것을 물어 볼 수 있는 관계가 만들어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3, 4주 이상 같은 모둠으로 앉았으면 좋겠고, 시기를 정하지 말고 모든 모둠에서 서로 배우는 관계가 형성되었을 때 자리를 바꾸는 것도 시도해볼만한 방법 같다. 왜냐하면 시기를 정해놓고 자리배치를 하면, 같은 모둠의 친구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그 기간 동안 대화하지 않고 버티는 학생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