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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Aug 10. 2023

새만금 세계 잼버리, '각국도생'의 아쉬움

  여행 유튜브를 즐겨 보는 나는, 외국인들이 한국을 얼마나 '나이스'한 나라로 생각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어느 나라든 한국인 유튜버가 자신의 국적을 밝히면 '엄지 척'과 동시에 경제와 문화가 발전한 나라라고 하면서 'I love Korea!'를 외친다. 한국에 꼭 가고 싶다, 가서 살고 싶다는 10대 청소년들이 특히 많았다.

  그런 아이들이 많았을 각국의 잼버리 참가자들이 결국 '각국도생'하는 모습을 보며 많이 씁쓸했다. '각자도생의 나라'에서 '각국도생'을 체험하니 자연스러운 것인가? ㅠ.ㅠ


  가정 형편상 보이 스카우트를 하지 못한 한이 있는 나는, 잼버리가 그냥 국제적인 야영대회인 줄 알고 있었다. 먼 나라에 와서 교류하고 모험하는 것 정도로 이해한 것인데, 이번에 뉴스에 워낙 나와서 찾아보니 '다양한 체험을 통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이고 의미 있는 프로그램도 많았다.



  특히 '빈곤, 기후 변화, 평화, 다양성과 통합' 등의 글로벌 이슈를 알아가고 실현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는데, 영국과 미국을 시작으로 조기 퇴영하게 되면서 아이들이 고생만 하다 가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야영지를 가장 먼저 탈출한 스카우트 종주국 영국 아이들은 다행히 서울에서 뜻밖에 체험을 하게 된다. 한국 시민들이 먼저 다가와서 그들이 고생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물심양면으로 호의를 베푼 것이다. 역시 대한민국의 품격은 시민들이 지켜간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다른 나라의 스카우트 대원들도 그들이 겪은 어려움에 공감하고 도와주려고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연대의 가치'를 배웠을 것 같다.




  스카우트 단복을 입고 싶어서 교사가 되면 지도자라도 되싶었던 나는, 이번 대회 운영을 보며 안타까운 것이 참 많았다. 폭염과 준비 부족 등으로 어쩔 수 없이 퇴영하더라도, 스카우트 연맹과 정부의 담당 부서가 머리를 맞대고 잼버리 정신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품격 있는 퇴영'을 기획했으면 어땠을까?

  가장 먼저 각국도생을 선택한 영국과 미국은 차치하더라도, 다른 나라들은 스카우트 정신에 맞게 몇 개 나라씩 묶어서 호텔이나 대학 등의 기숙사로 이동하는 것이 좋았을 것 같다. 이것이 힘들다면, 한국 스카우트 대원들을 나라별로 배치해서 함께 이동한 후 안내자 역할도 하고 교류 활동도 이어가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어렵게 참가한 외국 아이들이 패키지여행처럼 한국 관광지를 구경하고 K-POP 콘서트를 멀리서 지켜보다 귀국하는 것보다 낫지 않았을까?


  한국 대원들의 숙소를 역차별했다는 뉴스를 보며, 보이 스카우트를 못한 나도 이런저런 고민을 해보았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지금까지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사고, 재난, 재앙이 많을 것이다. 이럴수록 인류의 희망인 우리 아이들을 위해, 눈앞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내는 어른들의 슬기로운 연대가 더욱 필요하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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