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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Aug 28. 2023

다양한 알고리즘이 만나는 교실 만들기

- 유튜브 활용 학급 운영, 발표 수업, 자기소개하기 아이디어

스마트폰을 걷지 않은 대부분의 학교는 쉬는 시간이 되면 아이들이 신속하게 스마트폰을 꺼내서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다. 최근 몇 년간 관찰한 바에 의하면, 유튜브를 가장 먼저 클릭하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뉴스나 상식도 유튜브 쇼츠를 통해 접하는 아이들도 많아서, 서로 자기 말이 옳다고 언쟁을 벌이기도 한다.

다시 수업이 시작되면 아이들은 슬로 모션으로 스마트폰을 집어넣고 책을 편다. 바로 전까지 반짝이던 눈빛과 미소가 사라지기 때문에, 교사는 스마트폰과 경쟁해야 하는 고독하고 힘든 싸움을 시작한다. 인문사회 과목 담당 교사는 필요하다면 자신의 수업에 따끈따끈한 유튜브 영상을 활용할 수 있겠지만, 다른 과목은 쉽지 않다.


하지만 담임 교사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세상과 만나는 아이들이 자기만의 알고리즘에 갇혀서 잘못된 지식을 쌓고 편협한 세계에 갇혀 있지 않도록, '우리 반의 알고리즘'이라는 학급 게시판을 만들거나 발표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어떤 방식이든 아이들이 돌아가며 자신의 유튜브 알고리즘을 소개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활동이다. (발표 수업의 주제나 학기 초 자기소개 시간에 진행해도 괜찮을 것이다.)




위에 사진은 우리 집 거실의 공용 PC에 있는 유튜브의 초기 화면이다. 로그인을 하지 않고 쓰니까, 아이들이 자주 보는 해외 축구 영상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여행 유튜버와 80년대 TV 관련 영상도 있다. 아이들도 자신의 유튜브 초기 화면 중에 한두 장을 캡처해서 학급의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자신의 알고리즘을 시원하게 오픈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평소 말이 없던 친구가 어떤 분야에서 '생활의 달인' 정도의 능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면 학급 분위기가 더 밝아질 것이다.


학급 게시판을 만든다면, 학급 상황에 맞게 1주일에 한 명씩 모든 학생이 돌아가거나 희망하는 학생을 신청받아 캡처 화면을 출력해서 붙이고 간단히 설명을 적는다. 다른 아이들은 포스트잇에 질문을 적어서 붙이고, 발표 학생이 답변을 적어서 소통하게 한다.

발표하는 형식이라면 조회나 학급 자치 시간을 활용하면 된다. 교실 TV에 캡처 화면을 띄우고 영상을 잠깐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3분 발표, 2분 정도 질의 응답을 하면 5~6분 내로 마칠 것이고, '1인 1역할' 중에 하나로 담당 학생을 정해 발표자를 돕게 하면 더 깔끔하게 진행될 것이다.


학급 특색 활동으로 하든 수업 시간에 활용하든 중요한 것은 선생님의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자기만의 알고리즘이라는 고인 물에 빠져 있는 아이들이, 더 넓고 깨끗하고 안전한 바다에서 함께 헤엄칠 수 있도록 이끌고 싶은 마음이다.

먼저 선생님이 자신의 알고리즘을 보여주면서 아이들이 잘 몰랐던 취미 등을 소개하며 시작하면 좋을 것이다. 물론 열심히 참여한 학생들은 생기부에 기록할 수도 있지만, 이 말은 일단 발표를 시작하고 중간쯤에 하면 좋겠다. 교사나 학생이나 자발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도 내년에 담임을 맡게 되면 꼭 도전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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