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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Aug 24. 2023

전쟁을 막는 것은 혐오를 막는 것부터

- 중국 사관학교가 미달이 난 이유는?

인사이트가 2023년 4월에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2030 MZ 세대가 가장 싫어하는 나라는 예상(?) 대로 중국으로 91%가 비호감 1위로 선택했다고 한다.



나도 예상한 결과이지만, 91%의 비선호 지지율에 놀랐다. 한반도 주변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등 4개국에 대한 호감도를 묻는 조사에서 북한은 88%, 일본은 63%가 선호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선호도 조사에서는 미국이 67%로 1등을 했다.

10대를 대상으로 같은 조사를 해도 거의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래서 나는 '90%가 넘는 중국 비선호도'를 수업 주제로 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역사나 사회과는 아니지만, 국어과에서도 주제 통합적 읽기, 비판적으로 매체 읽기, 문제 해결 글쓰기, 토의·토론 수업 등에서 다룰 수 있는 '뜨거운 감자'라고 생각한다.


아이들 입장에서도 식어서 흐물흐물해진 감자튀김 같은 뻔한 주제보다 입맛이 당기는 핫한 주제가 아닐까? '북한보다 중국을 더 싫어하는 현상'에 관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밝히고 친구들과 의견을 교류하면서, '특정 국가 혐오 문화'에 관해 깊이 있게 인식하고 성찰하면 좋겠다.

수업 준비를 미리 하기 위해 최근에 나온 '혐오 문화' 관련 책을 검색해 봤다. 아이들과 함께 읽을 책으로는 <지금, 또 혐오하셨네요>가 가장 적당해 보였다. '조선족 혐오'를 별도로 다루고 있고, 다른 차원의 혐오 문제까지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다양한 내용이 마음에 들어서, 주문하고 읽어본 후 후기를 남길 예정이다.





10대를 만나는 교사들은 조금만 눈과 귀를 열면 아이들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여러 가지 '혐오 문화'를 발견할 수 있다. 교사들이 여기에 맞서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면 학교 폭력이 줄어들 것이고, 더 넓게 보면 '묻지마 범죄'는 물론이고 '전쟁'을 막는 것에도 힘을 보탤 수 있다.

무슨 전쟁까지 언급하느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는 갈수록 전쟁의 공포를 체감하고 있다. 역사를 보면 전쟁 발발 전에는 상대 국가, 인종, 민족에 대한 압도적인 혐오가 사람들을 지배했다. 전쟁이 터져도 전쟁터에서 직접 싸울 일이 없고 오히려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국가 권력자들이 국민들을 그렇게 세뇌했다.


국가 간 전쟁을 막을 수 있는 길은 전쟁이 나면 생명과 재산을 빼앗기게 되는 '평범한 시민들의 연대'라고 생각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18개월을 넘어서고 50만 명에 달하는 군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도,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서 반전 운동이 사라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평범한 중국인들의 생각이 궁금했는데, 다행히 '노마드션'과 '캡틴따거'의 중국 여행 영상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있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눠도 좋을 주제가 많이 있다. 영상의 댓글에는 무조건 중국인을 혐오하는 입장과 이를 반대하는 측의 논쟁도 볼 수 있다. (이 영상을 추천하려고 조금 먼 길을 왔다 ^^;)






특히 위에 캡처한, 캡틴따거가 8월 23일에 올린 영상에는 한국의 사관학교와 같은 '중국 국방대학'이 2023년에 미달이 났다는 대화 내용이 있다. 대신 경찰대학의 지원율은 올라갔다고 한다. 그 이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 중국 현지인들이 '중국-대만 전쟁'이 터질까 봐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느 부모가 전쟁터에서 자식을 보내고 싶을까… 요즘 전쟁은 미사일로 인한 민간인 피해도 엄청난데…' 한반도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어서, 교사이자 부모로서 공감이 되었다. 

일본에도 일본 정부의 군국주의 회귀, 전쟁이 가능한 나라를 만드는 헌법 개정,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여 시위를 벌이는 시민 단체가 있듯이 중국에도 이웃 나라와의 평화와 공존을 바라는 많은 시민이 있고, 한국인을 좋아하고 존중하는 청년들이 많다. 이들을 모두 하나의 카테고리에 넣어 혐오하는 것은 슬기로운 태도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건강한 세계 시민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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