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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Sep 03. 2023

교사집회의 '칼각 질서'를 노조 비판에 이용하는 언론

9월 2일, 여의도 국회 의사당 앞에서 열린 50만 교사 총궐기 대회는 사진에서 보듯 '칼각 질서'도 화제이다. 자체적으로 질서 유지 인원을 선발해서 통제하면서 자리에 앉게 하고, 주위의 경찰들과 소통하면서 협력했다. 제자일 수도 있는 경찰관과 얼음물을 나눠 마시며 격려했고, 쓰레기 한 점 남기지 않고 집회를 마무리했다.

한 보수 언론사도 '웬일인지' 교사 집회의 질서를 칭찬하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쭉 읽어 보다가, '역시나'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고 말았다. 경찰 관계자의 입을 빌려 '노조 시위에선 해산 시간을 지키지 않고, 대열에서 벗어나 음주를 하는 일이 잦아 교사 집회에서도 불법 행위가 생길까 봐 노심초사했다'라는 너무나 친절하게 경찰관의 심리를 분석한 기사였다. 그 아래에는 민노총 건설노조의 1박2일 노숙 시위 사진을 실어서 확실하게 기사를 작성한 의도를 드러냈다.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도 내가 교사 생활 초기에 가르친 제자들과 나이가 비슷할 것이다. 사실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스트레이트 기사에서 질서정연한 '교사 집회'를 통해 반대 이미지의 '노조 시위'를 끄집어내어 확인 사살했으니, 회사의 선배나 상사에게 칭찬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언론인이 아니라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삶이 애잔해서, 화가 나다가 곧 슬퍼졌다.


다른 언론사에서는 경찰들이 올린 SNS를 켭처해서 있는 그대로 교사들의 높은 수준의 집회 문화를 보도했다. 사실을 보도할 때도, 굳이 자신들의 사상과 이해 관계를 담아서 국민의 분열을 심화시키는 언론사의 태도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교권 보호를 요구하는 교사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전달하지 않으면서 교사를 한 쪽에 몰아놓고 다른 쪽에 학부모, 학생, 교장, 교육부 등을 세워서 서로의 갈등을 조장하는 기사는 모두를 더욱 힘들게 만들 뿐이다.

기자가 볼지 모르겠지만, '사실을 보도하는 기사에서 다른 노조를 돌려 비판하다니. 그렇게 선생님들에게 배우지는 않았겠지요'라고 질서정연하게, 품위 있게 댓글을 남겼다.


권력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권력이 없는 대상을 쉽게 지배하기 위해 끊임없이 분열시키고 싸우게 한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아이들을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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