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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Oct 06. 2023

가르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게임은?

- '인터널 코치' 육성 과정을 마치고

  한국코치협회 인증 프로그램 중 하나인 '인터널 코치 육성 과정'을 마치고 수료증을 받았다. 전문 코치 자격 기준에서 기초 과정을 마친 것이지만, 교사 연구년의 같은 분임 선생님과 의미 있는 과정을 함께 하게 되어 재미있었고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했다.  ( 관심 있으신 분은 '블루밍경영연구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코칭에 대해서 강사님이 먼저 설명하지 않고, 모둠활동을 통해 참가자들이 스스로 의미를 구성해 보았다. 팀 이름과 규칙을 정한 후에 '리더'와 '코칭'에 대한 핵심 키워드를 3개씩 적고, 앞에 나와 자기 것을 붙이면서 공동작업으로 정의를 완성했다. 혁신학교 워크숍과 퍼실리테이션 연수에서 몇 본 해본 활동이지만, 이번에는 더 진지했고 편했고 모두가 만족했다.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음미했고, 문장에 꼭 들어갈 단어를 고르기 위해 설득하고 설득되었다. 


  역시 무엇을 하는 것보다 '누구와' 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나를 포함한' K-교사'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지나치게 새것에 민감하다. 새로운 수업 방법, 모둠 활동 도구, 에듀 테크 기법 등을 배우고 활용하는 데 열심이다. 하지만 아이들 입장에 서보면, 선생님이 제시하는 내용보다 옆에 앉아 있는 친구들이 더 신경 쓰이고 관심이 간다.


  나도 같은 아이들을 2년 연속 가르치게 되면 작년에 했던 모둠 세우기 활동을 다시 안 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했다. 반응이 좋았던 것도 있지만, 폭삭 망한 경우도 있었다. 

 이번 연수를 통해 쫓기듯 새로운 것을 추구하지 말고, 아이들이 차분한 분위기에서 서로 생각을 나누면서 배려하고 격려했던 활동이라면 다시 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도 작년에 했던 활동이라 친숙하고, 올해 만난 새로운 친구들과 다시 하니 더 수준 높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아래의 정의를 만든 과정처럼 아이들이 서로에게 코칭을 해주고 있는 감동적인 순간을 목격하고 싶어졌다.


  코칭의 핵심 기술인 '경청, 질문, 인정·칭찬, 피드백' 실습도  도움이 많이 됐다. 20시간이 바람처럼 빨리 지나갔다. 누군가의 마음을 코칭한다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우리나라 교사에게 점점 필요한 능력이 되고 있다.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적절하게 돌볼 수 있다면, 교실 속 관계 맺기가 부드럽게 되면서 학급 운영이나 수업도 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든 코칭 기술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익힐 필요는 없다. 나도 이번 과정을 마치고 '경청, 이것만이라도 제대로 하게 하자'라고 결심했다. 아이들이 경청을 제대로 한다면 수업 시간에 자연스럽게 협력할 것이고, 교사도 학교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아이와 편하게 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상담 좀 하게 교무실로 와라'하고 말할 아이가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행복한 상상도 해보았다. 

   이런 상상이 가능한 까닭은 교사가 '간절하게' 경청의 철학과 정의를 아이들에게 전한다면, 아이들도 선생님의 진심을 받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이다. 4명 모둠에서 1~2명만이라도 통한다면, 아이들은 경청을 시작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경청이란, 육감을 이용하여 말, 몸 말, 감정, 의미, 품성 등을 잘 알아차리고, 상대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입으로 확인해 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에게 가장 필요한 게임은 '경청 게임'이 아닐까? 이런 정의를 교사가 자기 생각과 경험이 녹아있는 언어로 말하거나, 위에서 소개한 활동처럼 포스트잇을 나눠주고 '경청이란?' 문장을 만들어봐도 좋다. 

  이어서 모둠별로 '요즘 나의 생각, 감정, 목표' 등을 돌아가며 이야기하고, 옆에 짝이 '아, 너는 요즘 ~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는 말이지?', '학교 성적이 떨어져서 ~와 같은 기분을 자주 느끼고 있지?'와 같이 되묻게 하는 것이 가장 쉬운 경청 게임이다. 10월이지만, 모둠활동이 잘 안되는 학급이 있다면 더 늦기 전에 경청 게임을 하면서 다시 관계를 만들어 가면 어떨까?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해 봐도 여러 가지 경청 게임이 나온다. 중요한 것은 경청이 먼저 몸과 마음에 익숙해져야, 모둠 활동을 하며 아이들이 서로에게 수업 내용을 물어보고 피드백해 주고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칭찬해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교사에게는 한 시간의 수업 전부가 스스로 원해서 하는 경청 게임이 되면 좋겠다. 아이들의 표정, 동작, 언어를 온몸으로 듣고 반응하는 것은 분명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겠지만, 퇴근 후 교사에게 홀가분한 자유 시간을 선물해 주는 마법의 생명수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믿고 실천하면 진짜 그렇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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