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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Nov 18. 2023

수능으로 힘들었던 아이들에게  '이영표 선수' 이야기를

- 이영표 선수의 3PRO TV 인터뷰 추천

  토요일 저녁, 먹을 거 다 먹고 치울 거 다 치우고 누워서 유튜브를 보다가 이영표 선수의 인터뷰가 있길래 클릭했다. <3PRO TV>에서 만든 'LIFE in NUMBERS'라는 영상인데, 이영표 선수의 말을 듣다가 3분 만에 벌떡 일어나 자세를 바로 하고 경청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월드컵 경기나 내가 골을 넣은 경기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대로 플레이가 되어서 심판이 휘슬을 불지 않고 영원히 계속되었으면 하는 경기"라고 답했는데, 축구 선수에게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였다. 중계 화면에 잡히지 않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해도 그런 경기는 자기 자신은 안다는 것이다.

  "노력하면 된다. 될 때까지 해라." 그런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축구를 대하는 자세가 남달랐다.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나면서 고생한 이야기,  대학교 4학년 때 처음 국가대표가 되기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지독하게 개인 훈련을 하며 피눈물을 흘린 이야기에도 평범하지 않은 이영표 선수만의 철학이 담겨있었다.




  축구 이야기는 시작이었고, 38분의 영상 속에는 수능이 끝난 아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가득했다. '수능이 끝난 아이들'은 수능을 열심히 준비한 아이들만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수능 때문에 주눅이 들었던, 수능 때문에 억울했던, 수능을 걷어차 버린 아이들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영상이다. (특히 축구를 좋아하는 남학생이라면 더 혹하지 않을까? 지루하지 않고, 나름 유머 감각도 있다.)

  이영표 선수가 축구를 하며 얻은 깨달음은 나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었다. 스포츠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남이 못하면 내가 저절로 잘하게 되는 초경쟁 사회의 교육'을, 축구 시합처럼 '내가 못하고 남이 잘해도 승리할 수 있는 공동체 교육'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우리 아이들도 '나와 남'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빠져나와, '나와 너, 우리'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다차원적 사고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소망도 생겼다. 실제로 이영표 선수는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통해 자신의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꾀돌이'라는 별명도 그냥 생긴 것이 아니었다. 우연히 읽은 책이라고 했지만, 무려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을 인용하면서 인생이 비극에 대한 생각을 밝히는 장면은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찌릿했다. 이영표 선수는 남들이 인정하는 성공이 아니라, 나와 주변이 함께 나눌 수 있는 진정한 행복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고 행동에 옮겨 왔다.

  그래서 이영표 선수의 말처럼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고, 원하는 직업을 얻지 못하더라도 인생은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이다. 이 영상을 보며 수능과 대학이 아니라, 긴 호흡으로 노력할 만한 대상을 찾는 것에 대한 영감을 우리 아이들도 얻길 바란다. 보고 나마음에 든다면 자신의 자녀, 학교의 제자, 그리고 10대 아이가 있는 지인들에게 권하면 좋겠다.



https://youtu.be/sYn0FtU5bx0?si=BmN0mz44RlV3gsU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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