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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Jan 12. 2024

『임파워링하라』- 내면의 힘을 키워주는 코치가 되어볼까

- 감정 코칭, 리더십 코칭 책 추천

  10대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라면 감정 코치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래서인지 내 주변에도 '감정 코칭' 연수를 듣거나 자격증까지 딴 선생님이 있다. 하지만 할 일 많고 피곤한 교사들이 전문적인 연수를 이수하기는 힘들다. 대신 몇 권의 책을 통해서, 아이들의 감정을 읽어주며 대화하는 방법을 배우면 어떨까? 아이들의 내면의 힘을 끌어낼 수 있는 소통 기법을 익히면서 교사 자신도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2023년에 '인터널 코치' 육성 과정을 하며 추천받은 박창규 님의 『임파워링하라』를 최근에 읽었다. 기업의 매니저급 리더, 군 간부는 물론 교사와 학부모들이 실천할 수 있는 코칭 방법이 예시와 함께 잘 설명되어 있는 책이다.  저자도 서문에서 '학생들 안에 있는 천부적 씨앗'을 키워내기 위해 각 분야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분에게 추천하고 있다. 



  아이들의 내면의 힘을 이끌어내는 과정인 임파워링의 첫 번째 단계는 '경청'이다. 배움의공동체 수업에서도 교사에게 가장 필요한 자세로 경청을 강조하고 있듯이, '상대를 존중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내 안에 있는 공간을 상대에게 내어주는 적극적인 태도'가 가르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하다. 

  이 책은 경청에서 출발해서 질문, 인정과 격려, 피드백까지 다루고 있지만 사실 경청 하나만 잘해도 아이들과의 관계 맺기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가르치려고만 하는 어른'의 말은 그것이 아무리 중요하고 설득력이 있더라도 아이들의 영혼에 스며들어 행동을 바꾸게 하지는 못한다. 반대로 자신의 상황, 감정, 욕구까지 들어주고 이해해 주는 어른의 말은, 그것이 세련되지 못하고 간단하더라도 아이들의 영혼을 흔들 수 있다.

  나는 경청의 여러 방법 중에서도 '상대를 감정의 늪에서 구하는 공감'이 특히 좋았다. 공감은 상대의 처지가 되어 그 느낌을 알고, 같은 주파수로 진동하는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상대방의 감정을 듣고 같은 주파수로 진동해 주는 공감이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감정의 특징 중에 가장 큰 특징은 억누르고 있으면 없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감정이 무시당한 느낌까지 더해져 홍수처럼 터져 올라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알아주고 읽어주면 사그라든다.


 '감정 읽어주기'의 의미를 그림으로 알기 쉽게 설명한 부분도 좋았다. 코칭은 현재 있는 곳에서 원하는 목표로 스스로 갈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목표를 향해 가고 싶어도 감정의 늪에 빠져 있으면 혼자서는 극복하기가 쉽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이럴 때 감정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와주는 방법이 '감정 읽어주기'다. 감정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는 심리적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는 과정이다. 



  코치의 역할을 감정 배터리를 방전시켜 주는 것이라고 표현한 것도 신선했다.  감정 배터리에 '화'가 가득한 사람은 사소한 일에도 감정 배터리가 연결되어 화를 표출하는데, 특히 '화'라는 감정이 가득하면 감정의 전류는 그만큼 세게 흐르게 되어 원래 가고자 하는 목표에 대해 강한 저항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한다. 


  상대가 원하는 목표로 나아가게 하려면 먼저 감정의 배터리를 방전시켜야 한다. 감정은 말로 드러내고, 묘사하고, 표현하면 사라진다. 반대로 감정은 억누르면 언제든 드러나려 하고, 때로는 시간이 지날수록 쌓이고 뭉쳐 큰 폭발을 일으키기도 한다. 일단 방전이 되고 나면 감정의 늪에 빠져 있는 자신을 바라보게 됨으로써 다른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떠올랐다. 모둠활동을 할 때, 그 날따라 유독 수업을 방해하거나 무기력하게 엎드려 있는 아이가 있으면 조용히 복도로 불러내어 '면담'을 했다. 모범생은 모르는 비밀인데, 사실 이것은 벌칙이 아니라 그 아이에 관해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것을 묻고 대답을 듣는 시간이었다. 먼저 내가 관찰한 사실을 이야기하고 지금 어떤 기분인지를 물어보았다. 

  "수업 시작하고 친구나 내가 깨워도 계속 엎드려 있던데, 오늘 좀 힘드니?", 혹은 "내가 주의를 줬는데도 자꾸 장난을 치는 것 같더라. 그 이유가 궁금한데 말해 줄 수 있겠니?" 하고 물어보곤 했다. 그러면 대부분의 아이는 금방 무장해제가 되어서, "어제 늦게 자서, 피곤해서 그랬어요.", "죄송해요. 옆에 있는 친구가 쉬는 시간부터 장난을 쳐서 짜증 나서 그랬어요."라고 자백을 했다. 

  뚱한 표정을 풀지 않고 대답을 하지 않으면 "뭔가 기분이 안 좋은 일이 있었나 보네. 그럼 다음에 얘기하고 일단 들어가자."라고 말하면서 들여보냈던 것 같다. "장난치지 않았는데요."라거나 "왜 저만 불러내세요." 하고 공격적인 대답을 하는 아이도 간혹 있었지만 "왜 그렇게 생각하지?"하고 되묻고 다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말투나 표정이 조금씩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지금 수업 중이니까, 일단 들어가고 나중에 다시 얘기해 보자"라고 말하고 그 들여보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다시 교실로 들어간 아이들은 역시 대부분은 더 나은 수업 태도를 보여주었다. 


  감정의 늪에 빠진 아이들을 구하고, 감정의 배터리를 방전시킬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아이들의 상황과 감정을 편견 없이 듣고 수용해 주는 것임을  『임파워링하라』를 읽으며 다시 확인했다. 새 학년이 되면 같은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읽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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