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수샘의 장이불재 Jan 17. 2024

내면의 연결을 위한, 마음속 경청 폴더 만들기

- 경청을 통한 공감, 수용, 욕구 읽기 소통법

  『임파워링하라』에서 건져 올린 다른 사람과 원만한 관계를 맺는 비법을 더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특히 이 책은 2장 '맞춤형 리더에게는 사람을 위한 공간이 있다'의 모든 내용이 좋았다.

  이 부분을 아껴 읽으면서 경청은 상대의 마음을 듣는 것이고, 마음먹고 연습하면 누구나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의 리더가 아니더라도, 청소년 자녀와 원만한 관계를 맺고 싶은 부모에게 필요하고, 연인이나 친구의 내면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는 비법이다.


  물론 몇십 년을 키운 자녀나 몇 년을 사귄 연인의 말을 경청하면서 감정과 욕구를 읽어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나 역시 아들 둘을 키우면서 "몇 번을 얘기했는데, 또 그런다!" 하면서, 대화보다 판단을 먼저 하곤했다. 경청이 아니라 경고를 선빵(?)으로 날리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 상대방을 '내가 잘 알고 있다'는 확신이 바이러스가 되어 경청 세포를 마비시키게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깝고 소중한 사람일수록 마음속에 '그 사람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경청 연습을 하면 좋을 것 같다.



  내면의 연결을 위해서는 수용과 공감을 넘어서 상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이해하고 알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래 그림처럼, 상대방에게 자신이 관찰한 사실이나 전달하고 싶은 내용으로만 대화를 채우면 거리감이 생긴다. 예를 들면 "너 방학이라고 집에서 공부를 안 하고 계속 놀더라. 이제 중학생이 되는데 걱정도 안 되니?"라는 부모의 말은 재판관의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판결문을 낭독했는데, 피고의 입장이 된 자녀로서는 반발감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실과 내용에 대한 감정까지 물어보고 이해해 주면 점점 가까워지고, 소통이 된다는 느낌이 생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욕구까지 읽어주고 의미와 가치를 공유하면 두 사람의 내면이 연결되는 느낌이 들게 된다고 한다.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과는 다르게 자기 자녀에게 이런 말을 하기가 매우 어색하겠지만, "학원에 갔다가 집에 오면 좀 힘들어하는 것 같은데, 요즘 집에 있으면 기분이 어떠니?" 하고 대화를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집에서는 제대로 공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수용하고, 그 이면에 있는 감정과 욕구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보이지 않던 빙산의 아랫부분도 드러나게 된다.



  상대의 마음을 듣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마음속에 세 개의 폴더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상대의 말을 어느 폴더를 넣어야 할까를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선입견에 의한 섣부른 판단을 중지시키는 효과가 있다. 잠시 말을 멈추면 경청의 순간에 나오는 명대사인 '음…'이 자동으로 흘러나오기도 한다. 듣는 이의 신중한 태도는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여는 주문이 될 수도 있다. 세 가지 폴더의 이름과 역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수용을 위한 '팩트나 데이터' 폴더다. 이 폴더에서는 '사실과 내용' 위주로 듣는다. 여기에는 문제 해결에 필요한 것들이 포함돼 있다. 또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듣기 때문에 어떤 사실이 일어난 배경을 파악하고, 새로운 각도로 살펴볼 수도 있다.

둘째, 공감을 위한 '감정' 폴더다. 이 폴더에서는 이야기하는 사람의 '감정'을 다룬다. 느낌이나 감정은 팩트나 데이터로 표현되지는 않지만, 실제 의사 결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그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관계 맺기를 좋게 하려면 빠지면 안 되는 중요한 요소다.

셋째, 내면의 연결을 위한 '욕구/이미지/가치' 폴더다. 이곳에는 말하는 사람의 '욕구/ 의미/가치'를 둔다. 느낌 혹은 감정의 단계를 거치면 이 단계로 들어올 수 있다. 상대방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심으로 말하고자 하는 '욕구/의미/가치'를 이해하게 된다.  이 단계에 들어오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긴밀한 연결이 가능해진다. 특히 내면적 연결이 가능해질 수 있다.


  나도 올해의 목표 중 하나로 가족과 더불어, 학교에서 만나는 학생과 동료 교사의 말을 경청하기 위해 세 개의 가상 폴더를 떠올려보려고 한다. 팩트나 데이터는 내용 폴더에, 감정이나 느낌은 감정 폴더에, '의미/가치/욕구'는 욕구 폴더에 저장하면서 듣는다면 상대와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고,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객관적으로 자기 내면을 응시하고 성찰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임파워링하라』- 내면의 힘을 키워주는 코치가 되어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