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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Jan 27. 2024

'평화와 공존'이 없다면 아이들의 미래도 없다

- 2024년 수업 구상 이야기(1)

  2월이 다가오니, '슬슬 수업 구상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일단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디자인할 수 있는 읽기와 글쓰기 수행평가 주제를 생각해 봤다. 깊이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전쟁과 평화', '혐오와 공존'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2023년 뉴스에서 가장 빈번하게 언급된 단어가 전쟁이고, 그 이면에 상대를 향한 혐오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된 후 100일 만에 가자지구 내에서 민간인 2만 5천 명이 숨졌고, 그중 어린이 사망자는 1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700일을 넘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양국 모두 최소 7만 명의 군인이 전사했고, 민간인 사망자도 최소 1만 명이다.

  그동안 시사논술, 독서논술 수행평가를 하며 '행복이란 무엇인가', '진짜 공부란 무엇인가', '우리 시대 청년의 사랑과 결혼' 등을 주제로 제시했었다. 그런데 전쟁과 혐오를 부추기는 언어가 넘쳐나는 시대에, 교실 문을 닫고 미래의 희망을 논하는 독서와 작문을 한다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평화와 공존이 없다면, 우리 아이들이 바라는 사랑과 행복도, 진정한 자아실현도 불가능하지 않을까?




  수업 주제가 '전쟁과 혐오'라고 말하면, "먼 나라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공부하기 바쁜 우리나라 학생들이 왜 관심을 가져야 하지?"라고 생각하는 아이가 있을 수 있다. 할 말은 많지만 참고(할말하않^^;), 먼저 그 의문을 주제로 토의하면서 수업을 시작하고 싶다. '이것을 왜 배워야 하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교사가 간단하게 설명하고 수업을 시작한다면, 학생들은 '그렇다면 나에게는 필요가 없으니 굳이 배울 필요가 없겠네."라는 결론을 내리고 구경꾼이 되거나, 점수를 따기 위해 효율성만 추구하는 자세를 장착하게 된다.

  반대로 교사도 명확한 해답을 가지고 있지 않은 문제를 수업 주제로 던질 때, 교사를 포함한 모든 학생이 겸허한 자세로 주제를 탐구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서로의 말을 경청할 수 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표정만 봐도, 선생님이 호기심을 가지고 몰입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금방 알 수 있다. 팔레스타인 어린이들 앞에 놓인 죽음의 공포, 혹은 소모전으로 치닫고 있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비극이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현재와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교사도 한 명의 학습자가 되어 탐구한다면 모두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고1 국어를 가르치게 된다면, 아래의 성취기준을 달성하기 위한 수업을 디자인하고 싶다. 문학을 가르치게 된다면, 전쟁의 비극이나 혐오 현상을 다룬 소설을 읽고 현재 상황과 비교해 보는 수업을 하고 싶다. 다른 교과에서도 비슷한 성취 기준을 묶어서 뉴스 매체나 유튜브 영상, 단행본 등을  활용해 '전쟁과 혐오'에 대해 반대하고, '평화와 공존'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생각해 보는 수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10공국2-02-02] 동일한 화제의 글이나 자료라도 서로 다른 관점과 형식으로 표현됨을 이해하며 읽기 목적을 고려하여 글이나 자료를 주제 통합적으로 읽는다.


[10공국2-03-02] 논증 요소에 따른 분석을 바탕으로 효과적으로 내용을 조직하여 논증하는 글을 쓴다.

[10공국2-03-03]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종합하여 복합양식 자료가 포함된 공동 보고서를 쓴다.


 최근의 뉴스 중에서는 아래 링크에 있는 '정의·이성에 대한 믿음을 무너뜨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란 제목의 글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특히 본문 중에서, 민간인 학살을 '부수적 피해'라는 군사 용어로 부르는 이들의 정신 상태와 의도를 아이들과 함께 분석해 보고 싶다. 그리고 며칠 전에 우크라이나군 포로를 실은 러시아군 수송기가 격추되어 추락한 사건도 무척 가슴이 아팠다.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을 만날 기대를 안고 비행기에 오른 65명의 우크라이나 병사는, 포로 교환을 목전에 두고 하늘의 별이 되었다.

 전쟁의 무서움과 비참함은 뉴스 기사 몇 줄로, 게임과 같은 전투 영상 몇 개로  아이들의 살갗을 건드리지 못하고, 심장을 뛰게 하지 못할 것 같다. '전쟁과 혐오'를 멈추고 '평화와 공존'을 가져오는 길은 실로 어려운 주제이지만, 아니 어려운 주제라서 아이들과 함께 고민하고 싶다.


https://h21.hani.co.kr/arti/world/world_general/5483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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