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일요일 오후, 생기부를 쓰려고 동네 카페로 왔다.
차가운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노트북을 열다가
구석에 웅크리고 앉은 사마귀와 눈이 마주쳤다.
손가락 한마디만 한 녀석이지만
나도 모르게 눈을 내리깔았다.
검지로 툭 퉁겨낼 수도 없고
자리를 옮기려고 하니 자존심이 상했다.
외면하고 키보드를 두드렸지만,
머릿속에 사마귀 사마귀 사마귀만 입력되었다.
자꾸만 내 신경을 곤두세우는 작고 귀엽고 존엄한 생명체여!
구석에서 벗어나 조심스럽게 벽을 오르는 그 아이를 지켜보다
부드러운 티슈로 감싸 쥐고 카페 문밖의 화단에 내려놓았다.
다시 생기부 기록을 하려고 아이들이 쓴 글을 한 장씩 넘기는데
글자 하나하나가 작고 귀엽고 존엄하게 보였다.
작아도 날을 세우고 있는 아기 사마귀의 앞다리처럼
꼿꼿이 고개를 들고 한 걸음씩 내딛는 가녀린 자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