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사의 7월 이야기(2)
경희대 성열관 교수님의 <수업시간에 자는 아이들>을 시험기간 동안 읽었어요. 371쪽의 두께만큼 수업 시간에 자는 아이들 문제는 복잡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현상을 분석하는 이론적 배경 소개와 학문적 용어들이 많아 좀 어렵긴 하지만, 교실 속 문제점을 때로는 낯설게, 때로는 명쾌하게 드러내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어서 영감을 많이 얻을 수 있는 책입니다.
엎드려 자는 학생이 있어도 수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고등학교 교사들의 딜레마를 서술한 부분은 어쩜 그렇게 아이들의 상황과 교사들의 마음을 잘 아는지, 가장 공감이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거의 모든 시간에 엎드려 자는 학생을 대하는 교사의 유형을 인터뷰를 통해 분석한 것도 생각할 것들이 많았지요.
1. 장규범 선생님 - 학생의 질서 순응 규범을 중시하는 유형 "무조건 깨운다"
2. 박상담 선생님 - 교실 밖서 해결해 보려는 유형 "좀 깨어 있으면 좋을텐데, 가장 힘든게 뭐니?"
3. 윤타협 선생님 - 보이지 않는 협약과 타협을 하는 유형 "이번 시간만 자는 거다", "자, 이제 일어나 보자"
4. 김차라리 선생님 - 학생을 수업 방해자로 보는 유형 "떠드느니 차라리 자라"
5. 정딜레마 선생님 - 학생들에 대한 공감과 감정이입을 잘 하는 유형 "사정이 있어서 자는 건데 깨우는 것이 미안해요"
6. 이다해봄 선생님 - 고군분투 유형 "협력수업, 융합수업, 흥미 있는 동영상과 학습자료 제시 등 이것저것 다해봤어요"
저는 처음에는 1번 유형처럼 규범을 강조하는 교사였어요. 무조건 깨우고 벌칙도 줬지만, 아이들 입장에선 막상 일어나도 수업 내용도 어렵고 참여할 것도 없어서 멍때리면서 버티기 연습만 시켰습니다. 이 책에 적절한 비유가 나오는데, '마치 승부가 결정난 축구시합에서 퇴장도 못 하고 끝나기만 기다리는 선수'들을 많이 만들었지요. 7, 8년 정도 지난 다음에는 2번과 6번 사이를 왔다갔다 했던 것 같습니다. 현재도 그렇고요. 그래도 딜레마에 직면하면서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고민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교사들이 마주한 딜레마는 쉽게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딜레마란 완전히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끊임없이 그것을 해결하고자하는 동기를 제공한다. 또 딜레마는 교사에게 전문가로서의 윤리적 태도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오히려 학교와 교실에서 딜레마를 느끼지 못하는 교사의 전문성과 윤리성이 높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수업 시간에 자는 아이들은 '참여를 기피해 버림으로써 학교와 교사가 성장을 도와줄 수 있는 길을 아예 차단하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는 게 당연할 것입니다. 개인적인 전략 차원(뒤에 가서 서 있기, 키다리 책상 사용하기, 세수하고 오기 등)에서 문제해결방안을 찾는 것보다 협력적 배움이 중심이 되는 교실 문화로 혁신하기 위해 동료교사와 소통하며 서로 의지하는 방법이 최선이겠지요.
저는 수업 시간에 자는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자괴감 때문에, 혁신학교에 지원했고 교사연구회의 문을 두드렸지요. 이 책에서도 '실천적 협력을 모색하는 유형'을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동료교사와의 협력이 가장 어렵다는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지요. 그래도 '수업 시간에 자는 아이들을 고민하는 모임'을 제안한다면 어느 학교든 몇 분이라도 모일 수 있을 것입니다.
교사에게 방학이 이러한 수업 딜레마와 친해지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먼저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동료교사와 함께라면 더 좋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