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인재를 만들어낼 자신이 없습니다

- 교사의 8월 이야기 (1)

by 글쓰는 민수샘

오늘(8월 6일)부터 3박4일동안 혁신학교 아카데미 과정의 직무연수를 수강하고 있습니다. (다음주에 개학이라 실질적으로 여름방학이 끝나버렸네요. ㅠ.ㅠ )

이런 연수에는 늘 그렇듯이 '미래 교육'에 관한 강의가 첫날에 있었어요. 물론 학교 밖의 전문가들에게 미래 사회와 학교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 강의에서도 흥미 있는 교육방법과 교사의 새로운 역할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도 많았어요.

그런데 이런 강의 속에 등장하는 '창조융합형 인재, 디지털리터리시 역량, 빅데이터 분석' 등의 용어들을 듣다보면 가슴에선 한숨이 나오고 고개가 자꾸 삐딱해집니다. 왜 그런가 생각해봤더니, 미래 교육에 관한 큰 이야기를 듣다보면, 제가 만나고 있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미래에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며 살아야 행복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생기고, 소박하지만 소중한 이야기들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미래역량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사회가 되고, 그래서 또다시 '아프니까 청춘'이라며 더 노력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는 대다수의 20대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또 걱정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유독 시끄러운 4차 산업혁명의 호들갑 속에서 교육정책 결정권자들이 전혀 창조적이지 않는 방법으로 미래 교육의 인프라와 교육과정을 학교에 서둘러 도입하는 상황입니다. 분석하고 융합하고 창조하는 역량을 키우기 위해 '생각을 설계하는 SW교육'을 하고, 학습자의 요구에 따라 개별화 맞춤형 사이버 학습환경을 제공하고, 학교를 글로벌하고 스마트한 환경으로 재구조화하는데 수천억을 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교육청과 학교의 문서들은 더욱 화려해지고, 또 어떤 기업들은 대박을 치게 되겠지요.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창의적인 인재들은 대학이나 기업에서 잘 길러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등과 중등 교육에서는 각 교과에서 추구하는 지적, 정의적 목표에 따라 수업에서 의미 있는 배움을 얻으며 기본을 튼튼하게 익히고, 100년이 지나가도 없어질 것 같지 않은 학생회, 체육대회, 축제, 동아리 활동으로 자존감을 높이고 인성과 공동체 역량도 제대로 키워주면 좋겠습니다. '오래된 미래'라는 말처럼, 그동안 학교에서 늘 해왔던 교과와 비교과 활동을 기본으로 하면서, 학교의 상황에 맞게 교과융합 프로젝트 수업과 다양한 창의성 교육을 '자율적으로' 도입하면 됩니다.

10년, 20년 후에도 제가 가르쳤던 아이들 중 다수는 백화점에서 화장품을 판매할 것이고, 새벽별을 보며 출근해서 빵을 구울 것이고, 어린이들에게 축구나 춤을 가르치겠지요. 이런 청년들이 자신의 미래를 불안해하지 않고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당하지 않는 미래 사회에 대한 고민이나 우리 어른들이 더 많이 했으면 합니다. 학령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상황에서 더더욱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우리의 미래이니까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수능이 가장 공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