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년이 온다>와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 다시 읽기
- 비상계엄 시국을 맞이하여 이틀 연속, 하루에 두 번 글을 올린다. 계엄이 해제되지 않았다면 여기에 글을 쓰지 못할 수 있었다. 짐작하시겠지만, 나는 겁이 무척 많다. ㅠ. ㅠ 아직 물이 남아 있을 때 열심히 노를 저어야겠다.
오늘 우리 학교 고3 아이들은 에버랜드로 체험학습을 갔다. (계엄령이 해제되지 않았다면 취소됐을 텐데, 아이들의 분노를 말릴 수 있었을까?) 나는 비담임이라 수업이 없어져서, 학교에 남아 눈에 띄는 책 두 권을 다시 읽었다. 먼저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에서 계엄군이 나오는 장면을 다시 찾아보았다.
5.18.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에 관한 묘사 중에서 가장 슬펐던 것은 총탄에 맞아 사망한 광주 시민의 시신을 불태우고 있는 계엄군 두 명의 모습이었다. 트럭에 실려온 시신들이 부패하자 상관은 기름을 부어 태우라고 명령한다. 그것도 모자라 끝까지 지켜보라고 한다. 아직 앳된 얼굴의 가진 그들의 순수한 영혼도 함께 불타버린 순간이었을 것이다. 소년의 시신에서 빠져나온 영혼이 군인들을 지켜보는 장면은 다시 읽어도 슬펐다.
지금 온갖 미디어에는 국회로 진입한 계엄군의 모습이 가득하다. 우리의 어린 군인들, 아들을 다시 계엄군으로 만든 이들은 누구인가? 영문도 모른 채 계엄군이 되어야 했던 그들에게 명령을 내린 자들을 밝혀내야 한다. 2024년 대한민국에서 계엄군이 된 그들이 만든, 그들이 겪은 그날 밤의 광분과 고통, 공포와 상처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아직도 마음을 졸이며 기도하고 있을 군인들의 부모에게도 사죄하고 죗값을 받기를!!!
그리고 이태원 참사의 유가족 이야기를 담은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도 다시 펼쳐서 읽었다. 너무 가슴 아프고 화나서 내려놓은 책인데, 하루 종일 뉴스와 SNS를 지켜보니 우울해지고 10초에 한 번씩 한숨만 나와서, 나도 모르게 집어 들었다. 하지만 슬픔을 슬픔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인간은 가장 똑똑한 생명체인 척하면서도, 직접 겪기 전에는 모르는 것이 참 많다. 참사도 그렇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불행이고, 나한테는 그런 일이 절대로 일어날 리 없다고 믿는다. 이태원 참사에서 자식을 잃은 어머니도 그렇게 말한다. 세월호 유가족을 보며 안타까워만 했지, 곁에서 함께하지는 못했다고 후회한다.
어쩌면 첫 번째가 될 수 있는 계엄 선포는 기적적으로 사상자 없이 끝났지만, 만일 두 번째 계엄 선포가 있다면 정말 큰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누구의 곁을 지켜야 할까? 내 주변에서도 비극은 일어날 수 있다. 일단 한숨을 멈추고, 정신 똑바로 차려야하지 않을까? 내 영혼에게 소리쳐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