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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Dec 21. 2024

내 안의 계엄령

- 다시 만난 계엄 6 (연작시)



내 안의 계엄령


그해 늦가을 100년 만의 폭설이 수도권을 덮쳤고

어떤 예고도 없이 지진처럼 해일처럼

계엄령이 대지를 가르고 도시를 삼켰다


며칠 후 나는 계엄령이 해제된 거리를 달려 장례식에 갔다

잠을 자려다가 잠에서 깨자마자

포고령을 하달 받은 사람들이 모였다

반국가 세력의 체제전복 위협을 뚫고 여기까지 왔을까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고 전복을 기도하다 왔을까

국에 밥을 말면서 잔에 소주를 채우면서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속삭였다  

약속이나 한 듯 모두가 침묵할 때

한 번 했는데 두 번은 못 할까

누군가 그렇게 말하고 헛기침을 했다


나는 커피를 들고 바람을 쐬러 나갔다

해거름에 서서히 흐릿해 보이는 자작나무 사이에는 

아직 녹지 않은 눈덩이가 유탄처럼 남아있었다

담배 피우는 사람들 머리 위로 몇 개의 사투리가 흩어졌다


나는 선량한 일반 국민일까

너는 선량한 일반 국민일까

우리는 선량한 일반 국민일까

어떻게 하면 영장 없이 체포 구금되지 않고

어떻게 해야 처단되지 않고 선량하게 살 수 있을까


내 안에 암약하고 있는 계엄령이

지지직 지지직 주파수를 찾고 있었다



                         - 글쓰는 민수샘

                            (24.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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