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은 '존 오브 인터레스트(The Zone of interest)'를 봤다. 제목은 '노른자 땅'을 의미한다. 이익이 저절로 생기는 지역이다. 아마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축복받은 땅이었을 것이다. 이 땅의 주인은 아우슈비츠 수용소 바로 옆 관사에 사는 독일군 가족들이다. 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들이 추방되면서 가방에 쑤셔 넣었던 현금과 고가의 의류, 치약에 숨겨놓은 다이아몬드, 화장한 뒤 나오는 금니까지 하늘에서 축복처럼 쏟아지는 재화를 받아서 챙긴다.
수용소 책임자 회스 중령은 아내와 다섯 명의 아이가 있다. 최상위 포식자로서 유대인에게 압수한 가장 값비싼 물건을 평화롭게 나눠 쓴다. 회스 중령의 아내는 모피 코트를 입어 보며 패션쇼를 하고, 아들은 어디선가 주운 유대인의 치아를 수집한다. 이들은 유대인 죄수를 불러 노예처럼 부릴 수도 있다. 그래서 이곳을 방문한 회스 중령의 장모는 '낙원이 따로 없구나' 하고 감탄한다.
사실 히틀러 치하의 모든 지역이 독일군에겐 '존 오브 인터레스트'였다. 유럽 각지에서 유대인을 추방하고 수용소로 보냈는데, 그들이 남긴 모든 것들은 독일인들이 차지했다. 영화에도 유대인이 살던 집과 가구, 사치품들을 경매로 싸게 팔아 나눠 가졌다는 대사가 나온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는 경매도 필요 없다. 그곳에 유대인이 들어오면 목욕을 한다고 속여서 샤워실로 들어보내고, 독가스로 모두 살해한 후 바로 화장했다. 그 수가 150만 명이라고 한다. 유대인이 가져온 물건을 '무료 나눔' 받은 수용소의 독일군과 가족들은 낙원인 이곳을 떠나기 싫어한다.
실재 인물을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는 절대 수용소 안을 보여주지 않는다. 독일군 가족의 평화롭고 풍요로운 일상 속에서 유태인의 비극은 멀리서 들려오는 미세한 소음과 비명, 화장 시설의 연기로만 추측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의 진정한 힘은 영화가 끝난 후에 발휘된다. 회스 중령의 집 담벼락 너머의 잔혹한 장면을, 그들의 고통을 힘들어도 제대로 보게 만드는 힘이다.
45년 만의 비상계엄을 국민의 힘으로 막았지만, 아직 무서운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만약 비상계엄 성공 후의 세상이 궁금하다면 이 영화 속에 힌트가 있다. '계엄으로 확 쓸어버리겠다'라는 그 말이 실현됐다면 계엄 지지 세력은 대한민국의 '노른자 땅'을 더 빠르게 더 많이 차지했을 것이다. 권력의 빈자리와 각종 이권을 전리품으로 챙기면서, 반대 세력의 생명과 재산을 빼앗고 수많은 가정의 행복을 파괴했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적 반대 세력을 무력으로 제거하는 발상을 어떻게 할 수 있었지?'라는 궁금증이 많이 풀렸다. 자신의 안전을 지키고 더 큰 이익을 차지하기 위해, 대한민국 전체를 그들의 'Zone of interest'로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닐까? 히틀러도 의회를 해산하고 정당 활동을 금지하는 비상사태 선포로 독재를 시작했고, 그 광란의 마침표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벌어진 홀로코스트였다.
(12세 관람가인 이 영화를 가족, 친구들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 티빙에선 바로, 쿠팡플레이·웨이브· 왓챠에선 단품 구매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