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세가 무서운 세상 - '묵 값은 내가 낼게' 시 읽기

by 글쓰는 민수샘

묵 값은 내가 낼게

- 이종문


그해 가을 그 묵집에서 그 귀여운 여학생이

묵 그릇에 툭, 떨어진 느티나무 잎새 둘을

냠냠냠 씹어보는 양 시늉 짓다 말을 했네


저 만약 출세를 해 제 손으로 돈을 벌면

선생님 팔짱 끼고 경포대를 한 바퀴 돈 뒤

겸상해 마주 보면서…… 묵을 먹을 거예요


내 겨우 입을 벌려 아내에게 허락받고

팔짱 낄 만반 준비 다 갖춘 지 오래인데

그녀는 졸업을 한 뒤 소식을 뚝, 끊고 있네


도대체 그 출세란 게 무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 출세를 아직도 못했나 보네

공연히 가슴이 아프네, 부디 빨리 출세하게


그런데, 여보게나, 경포대를 도는 일에

왜 하필 그 어려운 출세를 꼭 해야 하나

출세를 못해도 돌자, 묵 값은 내가 낼게



- 대학 교수이기도 한 이종문 시인의 시를 읽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명문대를 나와 판·검사나 변호사가 되고, 또 누구는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하는 것이 진정한 출세인지 모르겠다. 공직에서 장관, 처장이 되고 군대에서 별을 다는 것 자체가 영광스러운 일인지 정말 모르겠다. 출세만을 위해 살아온 이들이 얼마나 국민을 힘들게 하는지, '억울하면 출세해라' 하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우리 젊은 세대들, 아이들이라도 '제가 나중에 출세하면요~'란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에 나온 것, 그것으로 우린 모두 출세한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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