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작가가 출연한 <대화의 희열>을 보게 되었다. 2019년 4월 방송인데, 대학교 3학년 때 겪었던 1980년 서울의 봄과 계엄군에게 체포되어 고초를 당한 이야기가 잘 나와 있다. 45년 만의 비상계엄 선포 후에 보니까 더욱 실감 났고, 계엄이 해제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없던 신앙심마저 생겨날 정도였다.
그리고 대화의 큰 주제인 '이기적 이타심'에 대해서도 배우고 느낀 점이 컸다. 유시민 작가의 이야기를 정리해 보면, '이기적 이타심'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존엄을 위해 행동한다.
"나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시작했다면 그 일이 실패해도 괜찮다. 왜냐하면 그 일을 시작한 이유가 내가 생각하기에 옳게 살기 위해 시작했기 때문에 그 일이 성취를 거두어도 좋고, 거두지 않아도 좀 서운하긴 하지만 옳은 삶을 살고 있음에 나의 존엄은 지킬 수 있다."
1980년대 초반에 민주화 운동을 했던 대학생들은 교내에서 3분 동안 기습 시위를 하다 체포되어 3년 형을 선고받았다. 5.18 광주에서 있었던 학살에 대해 침묵하고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만 공부하는 모습이 비참했기 때문이었다. 피투성이가 되어 백골단에 끌려가는 학생들을 보며, 도서관에 있던 대학생들도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이런 희생과 고민이 모여 87년 민주 항쟁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지금의 헌법을 만들 수 있었다. 자신의 존엄을 지키려는 이기심이 공동체의 아픔에 공감하고, 억압과 폭력에 저항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이기적 이타심'이 되는 것이다.
반면에 민주화 운동에 하던 이들이 결국 '이타적 이기심'으로 삶을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청년 시절에 과감하게 이타적 행동에 뛰어들었으나, 결국 이기적 목적으로 삶의 방향으로 바꾸고 자신이 비판하던 권력의 밑으로 들어간 사람들이다. 유시민 작가는 이들이 자신의 존엄보다 승패에 집착하는 삶을 살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이기려고 사는 삶은 승패 외엔 가치를 찾기 힘들다. 이기는 게 목적이기에 승기를 잡는 편의 논리에 젖어들기도 한다. 이기려고 했다면, 그것도 자기 당대에 이기려고 했다면 야심이 지나치게 컸던 거다."
하지만 유시민 작가는 승패에 집착해서 자신의 신념을 버리고 반대편으로 간 것도 '한 사람의 인생'이라고 말했다. 그 누구처럼 타인의 삶과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한 시기에 이쪽 방향으로 살았다고 해도 평생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그런 법칙은 없기 때문이다.
유시민 작가의 이런 모습이 '민주주의자다운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 인권 선언 제1조에 나와 있듯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라는 신념이 드러난다. 군사 독재에 저항하는 행동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도 되게 아름다운 것이라고 하면서, 민주화 운동도 형편 따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도 맏아들이었다면 민주화 운동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유시민 작가는 '스스로의 존엄을 찾으려는 작은 마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이루는 거대한 선(善)'이 필요하다는 말로 대화를 마쳤다. 2019년 그의 말이 지금 광장에서 다시 실현되고 있다. 응원봉을 흔들며 밤을 지새우고, 눈비를 견디는 키세스단이 되고, 그들을 위해 음식과 난방 버스를 보내고, 쉼터와 화장실을 내주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기적 이타심'이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힘이고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