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곰나라의 잔혹 동화

- 2024년 12월 3일, 그들이 성공했다면

by 글쓰는 민수샘



<어느 곰나라의 잔혹 동화>


먼 옛날 어느 곰 왕국에 시민, 마피아, 경찰, 의사가 살았다.

어느 날 시민곰들은 포악하고 타락한 왕을 북극으로 쫓아내고

대표곰을 뽑아 곰 공화국을 세웠다.

시민을 괴롭히던 마피아곰와 경찰곰도 힘을 보탰다.

의사곰도 위험에 처한 시민을 살렸다.

온 나라에 평화가 오고 모두가 평등해졌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더 열심히 일했고

다른 나라가 부러워할 만큼 행복한 곰나라가 되었다.


그런데 마피아곰은 그런 평화와 평등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시민들이 뽑은 대표곰이 바뀔 때마다 눈치를 보는 게 싫었다.

얼음을 핥으며 놀기만 하던 왕 밑에서

칼자루를 마음껏 휘두르던 옛날이 그리웠다.

어느 날 쩍벌이 취미고 방귀가 특기인 곰이 마피아 두목이 되자

약점 많은 곰을 부하로 삼고 정말 왕이 되려고 했다.

더 부자가 되고 싶은 시민곰을 꼬드겨 자기편으로 만들었다.

경찰곰이 자기를 가두지 못하도록 협박하고

의사곰이 시민곰을 구하지 못하도록 괴롭혔다.


쩍벌 방귀 마피아 두목의 음모를 알게 된 시민곰이 늘어나자

어느 평온한 밤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마피아는 겨울잠을 자려던 시민곰들을 총칼로 위협하고 포고령을 발표했다.

낮이 되자 대표곰을 지키던 시민곰들이 반곰주의 세력이 되어 끌려갔다.

마피아곰을 놀리고 비판하던 털보곰은 케이블 타이에 묶여 진짜 벙커에 던져졌다.

경찰곰은 야구 방망이를 들고 시민곰을 감시했고

모든 의사곰은 48시간 내에 병원에 복귀해 끽소리도 못하고 일만 했다.

꿀을 나눠 먹던 모임은 금지되었고 연어를 대충 잡아도 구속되었다.


마피아곰을 지지하는 곰들은 곰나라 깃발을 휘두르며

지나가는 시민곰을 막고 캐물었다.

"너 우리 곰나라를 위협하는 늑대 욕을 해봐!"

"너 옷에 이상한 털이 묻어있네. 호랑이 나라에서 온 간첩이지?"


반곰세력, 늑대와 호랑이 추종세력을 제외한

모든 선량한(?) 시민곰들은 마피아곰 만세를 부르며 점점 사나워졌다.

송곳니를 드러내며 서로를 감시했고 자기를 괴롭히는 곰을 간첩이라고 신고했다.

그렇게 쩍벌 방귀 마피아곰이 나라를 다스린지 10년이 지나고

예전부터 센터 본능이 빛나던 두목의 암컷이 뒤를 이어 왕이 되었다.


다시 어느 평온한 밤에 곰나라의 시민곰들은 서로에게 물었다.

그 달콤한 꿀과 싱싱한 연어는 다 어디로 갔을까?

왜 10년이 넘어도 비상사태는 해제가 되지 않을까?

그때 방문이 거칠게 열리고 경찰곰이 그들을 덮쳤다.

며칠 후 그 곰들은 재판도 없이 처단되었다.


- 우리나라의 큰 위기가 점점 극복되는 것 같아, 조금 더 가벼워진 마음으로 오랜만에 창작 활동을 했다. 동물우화 기법으로 비상계엄 성공 후의 디스토피아를 상상해서 써봤다. 이렇게 안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정말 100년 감수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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