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함과 공허가 없는 일상은 위험하다

- <매일 의존하며 살아갑니다> 두 번째 이야기

by 글쓰는 민수샘

정상인이라도 일상에서 지루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면 위험한 상태라고 한다. 광장과 온라인에서 분노로 가득 찬 일방적 주장을 되풀이하는 사람은 망상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크고, 지루할 틈이 전혀 없을 것이다.


<매일 의존하며 살아갑니다>라는 임상심리학자의 책에서 '조현병 환자들은 지루함을 느끼지 못한다'라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반대로 일상에서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면 꽤 호전된 것이라고 한다. 왜 이럴까?



오스트리아 출신 정신분석가 폴 페더른(Paul Federn)은 '자아경계'라는 개념을 제창했다. 자아경계란 자신과 바깥 세계, 또는 자신과 타인, 또는 자신의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 만들어진 경계막을 가리킨다. 조현병 환자들은 '자아경계'에 구멍이 뚫려서 현실과 공상을 헛갈리고, 자기 생각과 남의 생각을 혼동한다. 심하면 환청에 지배당한다.


자아경계는 둥근 원처럼 우리를 감싸고 있다. 우리가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작은 원이다. 내면의 원이 잘 닫혀 있다면, 우리는 위협에서 벗어나 잘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원에 구멍이 뚫리거나 흠집이 생기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다. 교실에서 알몸으로 있거나 상처투성이 몸으로 소금물에 빠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루함이란 우리를 지키는 원이 잘 닫혀 있음을 알려주는 위대한 결과이고, 공허란 원이 닫혀 있다는 증거'이다. 그렇다면 조현병 환자들은 어떻게 '자아경계'를 회복할까? 돌봄 시설의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자아경계에 생긴 구멍을 메운다고 한다. 물통에 들어있는 두 가지 색의 기름처럼, 돌봄과 치료가 적절하게 출렁이고 섞이면서 다른 사람과 교류하고, 때로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안정감을 느끼고 드디어 '지루해' 한다.


나도 작년 12월부터 지루함을 많이 잃어버렸다. '세계와 나' 사이의 빈틈인 공허함을 즐기기 위해 사색하고, 음악을 듣고, 당장 도움이 안 되는 책을 읽고 글도 열심히 써야겠다. 그리고 나라는 아직 혼란스럽지만,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을 존중하고 소통하면서도 나만의 자아경계를 지켜야 한다. 그것이 우리 인간의 품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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