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불쑥 행복해질 때가 있습니다

- 교사의 9월 이야기 (3)

by 글쓰는 민수샘

추석 연휴를 마치고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를 주제로 새로운 수업을 시작했어요. (수업자료와 후기는 다시 올리겠습니다) 작년에 쓰던 활동지를 그대로 사용하고 싶은 유혹이 있었지만, 새로 바뀐 <독서> 교과서의 지문으로 활동지를 다시 만들었지요. 아이들이 '교과서도 좀 해요'라며 애교를 부리기도 했지만, 교과서의 소설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을 함께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아이들의 멋진 생각과 표현을 만나게 되었거든요.^^

수업의 마지막 모둠활동으로 꾸뻬 씨가 여행을 통해 만든 '행복에 관한 배움 목록'을 비판해 보게 했는데, 깨어있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돌아가며 자기 할 말을 다 하더군요. 아마 '행복은 이런 것이다', '인생은 이런 것이다' 말하는 고상한 분들의 가르침에 그동안 쌓인 것들이 많았나 봅니다. 토론 프로그램을 보는 기분으로 아이들의 이야기를 엿듣다보니 행복해지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모둠활동을 시작하고 발표시키고 하는 과정이 힘들지만, 그만둘 수 없는 매력적인 순간이 불쑥 찾아온 것이지요. 그래서 수업에서 복잡한 것들을 많이 준비하는 것보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잔뜩 듣고 와야겠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교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더 교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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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에 만든 활동지의 질문을 뛰어넘어 모둠에서 더 다양하고 깊이 있는 생각을 말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수업이 끝나고 활동지를 즐겁게(?) 수정하기도 했지요. 가령 위의 질문이 수업 시간에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래의 질문으로 바꾸었어요.


3. 꾸뻬가 작성한 행복의 정의가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인지, 문제점은 없는지 모둠에서 토의한 후

발표해보고 자신의 생각을 적어 보자.

3. 꾸뻬가 작성한 행복목록에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인지, 문제점은 없는지 모둠에서 토의한 후

1~2가지를 골라 고쳐쓰고 발표해 보자.


'모든 생각을 멈추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바라볼 시간을 갖는 것이다'에 대해서는 '세상만을 바라본다면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 아름다움을 만들고 참여하고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발표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세상이 아름답지 않다면, 세상에 참여해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이 진짜 멋있었습니다.

활동지를 고치고 수업한 다른 반에서는, '행복은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산속을 걷는 것이다.'라는 꾸뻬 씨의 행복에 대한 정의를, '행복은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것들을 느끼는 것이다'라고 바꾼 모둠이 있어서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등산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걷고 싶어도 걷지 못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게 고쳐봤어요"라고 대답하더군요. 노승을 만난 꾸뻬 씨처럼 저도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큰 배움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행복의 정의를 덧붙여봅니다.


'행복은 나보다 어린 사람의 이야기를 듣으며 기대하지 않았던 배움을 얻는 것이다' 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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