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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도 꼬리뼈가 있다면

by 글쓰는 민수샘

시험 기간 첫날 허둥대다

엉덩이를 삐끗했다. (운명처럼)

꼬리뼈에서 불붙은 내전으로 밤새 포복하다

문학 문제를 백만 스물한 번째 풀어 본다. (노예처럼)

다음날도 공중 부양 자세로 앉아

진짜 마지막으로 문제를 훑어본다. (기계처럼)

1번은 이래서 X, 2번은 저래서 X, 3번은 그래서 O

꼬리뼈보다 더 욱신거리는 눈으로

시와 소설을 깔고 앉아 해체한다. (변명처럼)


시험이 끝나고 단톡방에 정답을 올리고

앉았다 일어나는 것도 이젠 무섭지 않고

허리를 숙여도 기침을 해도 통증이 없지만

작품 하나에 수십 가지 오답을 갖다 붙이는 일에

통증이 없다니 좀 무섭다. (폭탄 돌리기처럼)


문학에도 꼬리뼈가 있다면 나는

백만 스물두 번쯤 걷어찼을 터인데 …



- 2025. 07. 03. 글쓰는 민수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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