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30대의 등을 토닥이며

by 글쓰는 민수샘

50대의 고개를 넘노라니

메모해 놓은 글자가 안 보여 엉뚱한 설명을 하고

계획 하나가 어긋나면 다른 일 둘, 셋을 까먹는다.

일찍 자면 일찍 깨서 피곤하고, 늦게 자도 일찍 깨서 짜증 난다.

그럴 때면 빠릿했던 40대가 그립다가도

30대의 내가 떠올라 손끝이 찡해진다.

엉뚱한 메모를 해놓고 당당하게 설명하던

계획대로 되는 게 없어 멍하니 있다 수업 시간을 놓치던

일찍 자고 늦게 깨서 눈치를 보고, 늦게 자고 늦게 깨서 미안하던

그때의 굽은 등에 작은 손을 얹고 속삭인다.

그때는 몰라서 그랬고, 지금은 알아도 그런다고…


80대의 내게도 미리 고개를 숙인다.

70대의 내가 떠올라 탄식일랑 하지 말고

60이 넘어도 보이지 않던 것이 이제야 뚜렷하니

오그라든 가슴을 가만히 토닥여달라면서

나의 왼손이 오른손을 안아 준다.



- 2025. 06. 25. 글쓰는 민수샘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이야, 어서 오렴